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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유, ‘대중성’보다 더 중요했던 ‘가치’ [D:인터뷰]


입력 2024.12.22 12:56 수정 2024.12.22 12:5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모두에게 만족 주는 작품은 없어…전하고자 하는 느껴주신다면 충분해”

배우 공유는 ‘트렁크’의 ‘메시지’에 공감해 작품을 선택했다. 사랑과 관계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트렁크’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선 ‘의외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담았다. 공유는 이 드라마에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성장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한정원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전처의 강요로 1년짜리 기간제 계약 결혼을 한 이후, 삶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트렁크’는 살인 사건과 계약 결혼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 원인을 파헤치는 작품으로, 여느 스릴러 드라마와도, 또 로맨스 드라마와도 결을 달리한다. 다소 어둡고 무겁지만, 공유는 ‘트렁크’만의 매력에 빠져 출연을 결정했다.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많지 않나.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는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 그런데 저는 프레임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가 허구고, 창작물이고,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트렁크’는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아름다운 부분만 다루는 면도 있다. 그게 시청자들에게는 휴식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정원의 깊은 상처를 표현하고, 또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공유에게는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결혼 또는 관계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트렁크’처럼, 공유 또한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트렁크’로 인해 ‘인간’ 공유 또한 달라질 수 있어 더욱 만족했다.


“정원은 왜 그렇게 불우하고, 힘들까. 또 말라비틀어진 채로 살고 있을까. 처음엔 이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 인물들을 보고 이야기 전체를 보다 보니 ‘네가 믿는 사랑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게 마치 질문하는 것 같았다. 연인만은 물론, 살아가면서 맺는 모든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정원으로 살고, 또 떠나보내고 나니까 비로소 느껴지더라. 내가 호기심, 연민, 동질감에서 시작한 그 마음들에 대해 어렴풋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 소유의 사랑이 있고, 존재의 사랑이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 소유의 사랑이 관계를 망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힘들게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정리가 되더라. 좀 더 성숙한 유형의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한편켠에 상처를 품고 사는 정원에게 깊게 몰입하기도 했다. “정원처럼 깊은 상처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 공유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은 있다”라고 정원을 이해했다. 특히 이번에 정원을 만난 것처럼 그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며 공감하고, 또 대리만족하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했다.


“(변신을) 의도한 건 아니다. 그런 캐릭터들은 경험을 했으니까 새로운 걸 찾는 게 아닐까. 깊게 느껴보고 싶은 감정을 따라간 것일 수도 있거나, 아니면 내 마음 안은 밝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게 작품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다만 그걸 계획한 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제가 그만큼의 그릇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제 본심이 섞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간접적으로 만족할 수도 있고. 그게 제 업의 매력인 것 같다.”


공유는 ‘트렁크’에 대해 서현진과 정윤하. 두 여성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세 번째 정도에 이름이 올라갈 캐릭터”라고 말한 공유는 캐릭터의 ‘중요도’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많은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활약한 공유지만, 지금은 자신이 꿈꾸는 배우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처음에, 몰랐을 땐 타이틀롤을 맡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더라. 해봤으니까 가지는 여유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내가 궁금한가’인 것 같다. 내가 흥미를 못 느끼는 이야기에 타이틀롤이나 투 톱으로 들어가는 건 내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가 궁금하지도 않은 인물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면 불편해질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가짜 같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배우의 모습들이 있지 않나. 제가 지향하는 바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트렁크’를 향한 호불호에도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모두’에게 통하는 작품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 누군가에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더 만족했다.


“요즘엔 오픈이 되면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지 않나. 각자 취향이나 가치관에 맞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 20년 넘게 일을 해보니까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작품은 없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 너무 다양한 관점이 있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하는 것 같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가 느낀 만큼만 느껴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지금 제게 우선순위는 그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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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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