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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보고타', 낯선 곳에서 반복된 서사 [볼 만해?]


입력 2024.12.26 10:40 수정 2024.12.26 10: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31일 개봉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무너진 가정. 더 이상 미래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국희의 가족들은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난다. 그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국희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는 한 소년이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20년 동안 어떻게 스며들고 살아남는지를 풀어낸 작품이다. 송중기가 연기한 국희는 소년에서 청년, 그리고 한인 사회의 중심인물로 성장하며 변화무쌍한 감정과 목표를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영화는 '보고타'라는 낯선 공간에서 시작된다. 한인사회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국희는 공동체의 우두머리 박병장(권해효 분)의 손 아래 의류 밀수에 가담하며 생활해 나간다. 박병장의 속을 알 수 없는 태도와 국희의 고군분투는 영화 초반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주요 요소다. 이후 국희는 박병장의 그늘 아래 벗어나 세력을 넓히려는 수영(이희준 분)과 손을 잡고 새로운 계획을 그려 나간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한인사회에 속한 인물들의 시기와 질투, 음모와 반전의 요소를 활용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콜롬비아의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관계는 한국적 정서와 라틴 아메리카적 배경의 이질적 조화가 흥미롭다.


송중기는 주요 사건마다 감정과 목표를 변화시키는 국희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소년에서 청년, 그리고 한인사회의 회장이 되는 국희의 모습은 한 개인이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과 대가를 치르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되는 것도 없지만 안되는 것도 없는' 보고타의 비리 사회는 신선하기보다는 익숙하고, 반전 요소 역시 충분히 예측 가능해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속고 속이는 심리를 기반으로 한 플롯의 전개는 흥미를 자아내려 했으나, 인물 간의 갈등과 사건들이 예상 가능한 선에서 머무른다.


송중기의 섬세한 연기와 콜롬비아라는 독특한 배경은 분명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한 개인의 여정을 관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깊이가 제한됐다. 31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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