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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퇴출 의지 드러낸 금융당국…해결은 ‘첩첩산중’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5.01.24 07:00 수정 2025.01.24 10:05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과거 낮은 상폐요건에 부실기업 쌓여

전체 상장사 중 20% 이자도 못 내

부작용 우려·투자자 반대 등 걸림돌 돌파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혹은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일부 상장사들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발표했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갈길이 멀어보인다.


성장성을 지닌 상장사가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퇴출 될 수도 있다는 지적과 상장폐지기업 투자자들의 반대 등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일단 금융당국은 상장제도 관련 개선책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해당 개선책은 상장사들의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 폐지 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코스피 경우 퇴출 기준을 시가총액·매출액 기존 50억·50억원에서 500억·3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코스닥 역시 현재 40억·30억원에서 300억·100억원으로 올렸다. 상장폐지 심사 기간도 2년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과거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관련 정책의 방향은 퇴출 보다는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작용이 심각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국내 상장폐지 시총 미달 요건은 올해까지 16년 이상 개정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9월 12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시총 기준이 각각 25억원에서 50억원으로,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한 것이 끝이다.


이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는 시총을 100억엔(약 900억원) 이상 유지해야 한다. 스탠더드 시장도 10억엔(약 90억원)이 기준이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과 글로벌 마켓은 5000만달러(약 730억원)를 상장폐지 시총 요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 12월 상장폐지 기준가운데 주가 미달(액면가의 20% 미만) 요건, 4년 연속 영업손실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 영업손실 실질심사 사유도 삭제한 점도 부실기업의 생명줄을 연장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증시에 많은 부실기업이 과도하게 많아진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금융업종 기업 중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장기업 수가 작년 3분기 누적기준 497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장사(2625개) 중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이자보상배율은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을 그해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로 나눈 값이다. 1배 미만인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납부하기 어렵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해당 조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기준을 갑자기 높일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재 ‘K-조선’을 이끄는 조선업종들도 2020년 전후 몇 년 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증시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상폐기업 투자자들의 반대, 대상 기업들의 소송 문제 등 여러 장애물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국내 증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본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해외 자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당장의 매출은 낮으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IT·바이오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심한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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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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