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술핵, 한국 재배치 고려해야"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거리를 두는 북한·중국·러시아의 연대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권위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은 17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학대학원(SAIS)에서 진행된 'MJ Chung 안보 석좌교수직' 기금 기탁식 연설에서 "작은 나라가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아시아판 NATO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미국이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에 100개의 전술핵을 유지하고 있다"며 "안보 상황이 유럽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전술핵을 한국 기지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연설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6·25전쟁을 기점으로 한국과 미국이 동맹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약 76달러의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세계 20대 경제 강국이자 1인당 GDP 3만6000달러를 기록한 선진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 약 50개의 동맹국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사례의 하나"라며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 세력의 위협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하는 것은 '지속되고 있는 기적(Miracle in Progress)'"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북한과 관련해선 "한국의 성공과 확연히 대비되는 존재"라며 "백만 명이 넘는 주민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으면서,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으로 여기고, 한반도의 공산화를 정권 유지의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MJ Chung 안보 석좌교수직 설치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포함해 한반도 안보와 국제안보 문제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미국이 한반도의 얼어붙은 전장에서 심은 우정과 희생의 씨앗은 지금도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정 명예이사장은 지난 1993년 SAI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으며, 최근 석좌교수직 기금으로 750만 달러를 기탁했다.
이날 개최된 기탁식에는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 이수연 한미미래센터 소장, 제임스 스테인버그 존스홉킨스대 학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및 대학원생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