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미래 지속가능성 확보 목표
보험료율 상한·소득대체율 하한 설정
수급연령 조정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세계적으로 보험료율은 낮은 반면, 소득대체율은 높게 설계된 축에 속해있다. 최근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이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늘어났다. 그럼에도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금개혁에 나서 각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춰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 왔다. 특히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은 연금개혁을 통해 재정 안정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해외 주요국의 연금개혁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연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주요국은 보험료율 인상 또는 확정기여형으로 변경했고 보험료율 상한·소득대체율 하한 설정 등으로 보완했다. 또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수급연령을 조정했으며, 세대 간 형평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프랑스
1993년 감액 없이 완전 연금을 받기 위한 납입기간을 37.5년에서 40년으로 상향했다. 연금 지급액 결정 시 최종 10년 평균 소득에서 재직기간 중 25년 최고평균 소득으로 변경했다.
2010년 수급연령(법정 퇴직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고 완전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조정했다.
2003년(41년), 2010년(41.5년), 2014년(43년) 등 점진적으로 납입기간을 연장한 것에 이어 2023년 수급개시연령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했다.
현재 프랑스의 보험료율은 27.8%, 소득대체율은 57.6%다. 일반 근로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일반연금, 공무원 연금, 자영업자를 위한 연금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된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40여개가 넘는 제도가 존재한다.
연금 보험료율은 28% 수준임에도 수용성은 높은 편이다. 의료보험, 연금 등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본연금 보험료율은 17.4%, 퇴직연금 포함 시 총 28%로 매우 높은 수준이기에 추가 인상은 미고려하고 있다.
일본
1985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의 도입으로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공통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일대 구조개혁을 했다. 2000년에는 보험료부담기준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총보수제’를 도입하는 모수개혁을 실행했다.
2004년에는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목적으로 연금대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기존의 13.8%에서 1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최대 18.3%로 고정시키고 급여수준의 자동조정장치인 ‘거시경제슬라이드’를 도입했다.
2012년에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후생연금에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연금개혁과 함께 공무원 정년연장(60세→65로), 민간분야 고령자 고용확대를 동시에 추진했다.
스웨덴
1998년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변경하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최저보장연금, 소득비례연금, 프리미엄연금의 중층체계로 바꿨다.
개혁 이후 소득비례연금과 의무개인계좌인 프리미엄 연금으로 구성돼 있다. 공적연금은 연금보험료 부과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명목확정 기여형으로 운영되며 프리미엄연금은 민간개인연금과 같이 적립식 확정기여방식로 운영 중이다.
재정안정화가 어렵게 되면 자동으로 급여수준을 조정하게 돼 있으며, 출생 코호트별로 급여수준을 상이하게 해 젊은 세대일수록 급여액이 감소하게 했다.
수급연령을 2020년에는 62세로, 2023년부터는 63세로 상향시키는 등 소개혁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1997년 개혁을 통해 소득비례연금(CPP)의 보험료율을 기존 5.6%에서 9.9%로 상향시킴으로써 부과방식에서
부분적립방식으로 전환했다.
2016년 개혁을 통해 기존의 CPP 보험료율 9.9%에 소득대체율 25%이던 것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11.9%와 33.3%까지 인상함으로써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했다.
3년 주기로 재정계산을 실시해 향후 75년을 전망하고 같은 기간 내에 적립배율 5-6을 유지하는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완전적립방식을 달성하게 됐다.
독일
2001년 리스터 연금개혁을 통해 공적연금의 급여삭감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사적연금 강화조치로 인증제 개인연금인 리스터연금을 도입했다.
공적부조형 노인 및 장애인 기초보장제도를 도입하면서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22%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되 소득대체율은 2030년까지 67% 이하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은 2020년까지 20%, 2030년까지 22%를 상한선으로, 소득대체율은 2020년 46%, 2030년 43%를 하한선으로 설정했다.
2001년에 도입된 ‘수정된 총소득’ 연동기준에 추가감액요소로 지속성계수를 더해 급여수준 자동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완전노령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영국
1978년에 기존의 소득비례연금(GRP)을 폐지하고 기여와 급여수준을 동시에 인상하는 법정소득비례연금(SERPS)을 도입하는 구조개혁을 실행했다.
공적 소득비례연금(S2P)의 소득대체율을 20%에서 더욱 낮춰 점진적으로 정액연금화를 추진한 후 2030년 폐지를 목표로 정했다.
연금수급연령을 2024~2026년에 66세, 2034~2036년에 67세, 2044~2046년에 68세로 상향 조정하고 기초연금의 연동방식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평균임금소득 증가율로 전환했다.
네덜란드
2013년 개혁을 통해 당시 65세이던 수급개시연령을 66세 4개월까지 인상했다. 2019년 연금수급연령을 2024년까지 기존의 66세 4개월에서 67세로 상향시킨 후 2025년부터 평균 기대여명에 연계하는 자동안정화 조치를 도입했다.
2023년 개혁을 통해 기존의 DB형 위주의 퇴직연금을 2028년까지 DC형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험료의 일부로 기금을 조성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보충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상균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축소 지향 연금 개혁은 긴 세월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작업이다. 인내심과 함께 합리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연금개혁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