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송재경 창업자 겸 CCO 사임
키맨 부재 속 차기작 개발 향배 주목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에도 전략적 타이틀
게임스컴 출품 및 하반기 CBT 여부 관심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창업자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회사를 떠나면서 남겨진 엑스엘게임즈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선장을 잃은 배가 목적지로 잘 향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모기업 카카오게임즈의 속사정도 편치 않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송 전 CCO는 올해 1월 엑스엘게임즈에서 사임하고, 지난 10일 넥써스의 오픈게임 재단(OGF) 이사로 합류했다. 엑스엘게임즈 설립 22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가 다시 약 2개월 만에 업계에 재등판한 것이다. 당시 건강상의 이유 외에 구체적인 사임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송 전 CCO는 고(故) 김정주 회장과 넥슨을 공동 창업해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고, 엔씨소프트로 적을 옮겨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를 만든 1세대 개발자다. 국내 MMORPG의 새 지평을 열고자 2003년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해 PC온라인 MMORPG '아키에이지'를 출시했고, 글로벌 64개국에서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으며 게임을 성공시켰다.
이후 '문명온라인', '달빛조각사' ,'아키에이지 워' 등의 게임을 발표했으며, 2023년 7월부터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사로서 '아키에이지 크로니클(당시 아키에이지2)' 개발에만 전념해 왔다.
이처럼 게임 개발의 키맨 역할을 하던 송 CCO가 빠지면서 업계에서는 남겨진 엑스엘게임즈 경영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엑스엘게임즈는 송재경 창업자의 명성으로 유명해진 후 아키에이지 시리즈로 그의 개발 능력을 증명해 왔다. 송 창업자가 부재하는 엑스엘게임즈에 우려의 시선이 따라 붙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며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떠나버린 만큼 당분간 굵직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히 송 전 CCO가 진두지휘하던 차기작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에 관심이 쏠린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아키에이지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으로, 2020년 첫 개발 소식이 알려진 작품이다. PC·콘솔 플랫폼으로 출시 예정인 MMORPG로, 전작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광활한 오픈월드 액션 장르의 게임성을 극대화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 프로젝트는 함용진 총괄 PD가 개발을 이끌어가고 있다. 함 PD는 아키에이지의 메인 디렉터를 맡았던 인물이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연내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 진행 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엑스엘게임즈의 모회사이자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을 배급할 예정인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도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카카오게임즈의 콘솔 시장 진출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타이틀이다. 게임 완성도를 이유로 이미 몇 차례 출시 일정이 지연됐는데, 지난해 4분기 카카오게임즈가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해당 작품의 성과가 더욱 간절해졌다.
지난해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내년 게임스컴 출품 예정이며 현장에서 게임플레이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CBT 후 빠르면 내년 말, 아니면 2026년 초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송 전 COO의 사임 후 내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혼동이 큰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고 일정만 맞추기 위해 게임을 떠밀리듯 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냐. 현재로서는 개발에 차질이 가지 않도록 돕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