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구체적 일정 공개 예고했지만…원론적 사과만
티메프 사태도 '미정산'에서 시작…판매자 불안감 ↑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다.
발란이 명확한 정산 계획을 내놓지 못하면서 판매자(셀러)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다 자칫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앞서 발란은 지난 28일까지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일 발란은 구체적 지급 일정과 정산액을 내놓지 못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 셀러들에게 안내한 공지문에서 "현재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결 방안을 위해 직접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들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다소 두루뭉술한 얘기만 내놨다.
이처럼 발란이 구체적 지급 계획을 내놓지 못하면서 셀러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입점사들은 대부분 현재 발란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미정산 사태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발란의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으로,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개다.
공시에 따르면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출범 이후 누적된 적자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부진까지 계속되고 있어 발란이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법원은 아직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은 없다고 밝혔지만 미정산 사태가 지속된다면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티메프 사태'도 대규모 미정산에서 출발한 만큼 발란을 향한 불안한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티메프 사태부터 홈플러스 사태까지 여러 차례 피해를 겪어본 셀러들도 적지 않은 만큼 '학습된 공포'는 더욱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위메프 역시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 '시스템 오류로 미지급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고, 티몬은 논란이 확산된 후 내부 수리를 이유로 직원들의 근무 체제를 재택으로 전환했다. 발란 직원들도 지난 26일부터 전원 재택근무 중이다.
한 입점사는 "티메프 사태 복붙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티메프 사태를 보면 아직도 대금을 못 받는 기업이 넘쳐나지 않나. 이제 희망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발란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여부는 실리콘투로부터 투자받은 150억원에 달렸다.
실리콘투는 지난 2월 발란에 15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발란은 실리콘투로부터 1차로 75억원을 투자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2차로 75억원을 투자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발란은 이미 75억원의 투자금을 납입받은 상황이다. 남은 투자금은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라는 기준을 넘어야 받을 수 있는데, 투자를 받은 이후 이같은 미정산 사태가 터져 투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발란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유사 업체들은 '선정산'을 내세우며 판매자들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 26일 셀러 공지를 통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2주간 구매액에 대한 일괄 선정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명품 소비가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명품 자체에 대한 소비가 줄면서 명품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의 전망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며 회의적 시선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