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이틀 앞둔 31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의 무역장벽을 망라한 ‘2025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를 발표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비롯해 네트워크망 사용료,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수입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한국 정부의 국내 방위기술 우선 조달정책, 약값 책정 정책 등을 주요 ‘무역장벽’으로 꼽았다.
USTR은 이날 국가별 무역장벽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다. USTR 보고서는 표지 포함해 전체 397쪽으로 이 가운데 한국 현황은 7쪽 분량으로 기술됐다.
보고서는 해마다 3월31일까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되지만, 올해는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하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보고서와 비교하면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고, 일부는 미국 정부에 대한 빅테크(기술대기업)의 ‘민원성’ 항목도 포함돼 있다.
USTR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한국 자동차 시장 접근성 확대는 미국의 핵심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한국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ERC) 규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동차 제조사·수입사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대폭 변경할 경우 인증을 받아야 하고 미미한 변경에 대해서도 변경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개조 유형과 범주에 대한 명확성이 떨어져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USTR은 이어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입과 관련된 위반사항이 국내 제조 차량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는 한국 세관 당국에 의해 형사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같은 외국 콘텐츠 사업자(CP)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지불하는 ‘네트워크망 사용료’ 문제도 거론했다. USTR은 “미국 콘텐츠 제공업체가 지불하는 요금이 한국의 경쟁 업체에 이익이 될 수 있고, 한국의 3대 ISP 독과점 업체(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를 더욱 강화해 반(反)경쟁적일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지난해 수차례 이 문제를 한국에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USTR은 한국 정부가 공공 부문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 업체에 시행 중인 보안 인증 제도(CSAP)도 “외국 업체에 상당한 장벽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행정기관을 상대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6년 도입한 CSAP를 받아야 한다.
소스코드 공개와 함께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와 민간 클라우드 서버가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인증을 받을 수가 없어 총리실 등에 다각도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제약·의료기기와 관련해 USTR은 “한국의 가격 책정, 환급 정책의 투명성이 부족하며 이해관계자의 실질적인 의견 수렴 기회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세액 공제, 연구개발 지원을 해주는 ‘혁신 제약사(IPC)’ 인증 정책에 대해서도 “인증받지 못한 기업에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며 투명성 우려를 언급했다.
USTR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 역시 거론했다. 한국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완전히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과도기적 조치’라며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16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소고기 패티, 육포, 소시지 등 가공된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한국이 금지하는 것도 미국 관련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한국의 국방 조달에서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한 부분이 새로 추가됐다. USTR은 한국 정부 조달 분야 무역장벽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방위산업 상쇄거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산 기술보다 국내 기술과 제품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USTR 보고서는 이밖에 외국 법률서비스 규제, 통신·방송미디어 분야 외국인 투자 규제 등도 ‘무역 장벽’으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