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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지도 내놔" 구글 검은 속내에 힘 실어준 美...韓 정부 선택은?


입력 2025.04.02 14:02 수정 2025.04.02 14:09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美 무역장벽 보고서에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내용 포함…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앞두고 주목도↑

구글,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재차 요구

"미래 모빌리티 사업 위한 포석…역차별 우려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인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로고 사진.ⓒAP/뉴시스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구에 미국 정부가 가세하며 상황이 난처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국내 정밀지도 반출 금지 조치를 두고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문제 삼으면서다.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결정하는 '측량성과 지도반출 협의체'가 내달 중 1차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복잡해진 셈범 속 어떤 선택을 할 지 이목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한국 관련 무역 장벽으로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보고서는 한국이 세계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을 면허제로 규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번 보고서가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20여 년간 요구해 온 구글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에 이토록 관심이 집중된 것은 오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상호관세 부과 대상 조건으로 비관세 장벽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불이익을 입었다고 판단하면 그에 상응하는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지난달 18일 재차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의 정밀 지도를 구글의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은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보안 시설을 블러(가림) 처리하겠다며 여기에 필요한 보안 시설의 좌푯값을 달라고 요구했다. 과거에도 군사 기지 등 안보 시설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에도 국가 안보 시설 위치를 넘겨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정밀 지도 반출을 둔 구글의 표면적 입장은 구글맵 고도화를 통한 한국 관광 활성화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구글맵은 한국에서 대중교통 길찾기를 제외한 다른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방한 외국인들이 구글맵을 활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해 줄 경우 길찾기 기능을 지원해 관광 산업 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구글이 고정밀 지도 정보로 구글맵을 고도화하고 싶다면 데이터 해외 반출 없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만 설치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전 세계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버가 글로벌 거점에 있어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허가 없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1:25000 지도 데이터로도 충분히 일반인 길찾기용 수준의 맵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애플은 1:25000 축적 지도로 내비게이션 서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정밀도가 높아진다고 맵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입을 모은다. 구글이 길찾기 서비스 제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글이 요구하는 1:5000의 정밀지도는 도시계획이나 사회 간접자본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다. 이 때문에 구글이 다른 사업적 의도를 가지고 정밀 지도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전략 자산을 확보해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지도 서비스를 운영 중인 토종 사업자인 티맵모빌리티,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업들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글에 정밀지도 반출을 허가할 경우, 중국 등 다른 국가 기업들의 해외 반출 요청을 거절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정부 예산으로 축적해 온 국가 자산으로, 이를 무료로 해외 반출하는 게 오히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에서 고정밀 지도를 제공받아 부가가치를 창출한 대가로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5000 지도 데이터와 기본적인 도로 네트워크 정보로 충분히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데, 서버도 안 두고 1:5000 정밀 지도를 외부 반출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그간 정부가 수천억 들여 축적해온 지도 데이터를 돈 안 들이고 확보해 모빌리티 생태계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달라는 건 지도 이상의 사업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8개 부처가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지난달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협의체가 심의를 시작하면 신청일로부터 60일 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때 기한을 60일 연장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늦어도 8월 중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어렵다고 언급했던 것을 전부 모아둔 것으로,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풀이된다"면서 "민감하게만 반응할 게 아니라 우리가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협상카드를 만들고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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