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구의 증명’ 등 역주행 소설 이어
복간으로 독자들 호응에 화답하는 도서들
전경린 작가의 장편소설 ‘엄마의 집’이 출간 18년 만에 ‘자기만의 집’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의 메시지가 절판 후에도 꾸준히 회자되던 중, 복간으로 독자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어느 날 아빠가 21살 대학생 호은을 불쑥 찾아와,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 윤선에게 맡겨달라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지고 이후 세 사람이 기묘한 동거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전 작가의 감성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SNS 등을 통해 공유되며 젊은층의 관심을 받았었다. 독자들은 공감 가거나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하는가 하면 책에 그은 밑줄 사진을 게재하며 감상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2016년 출간된 ‘리틀 라이프’가 SNS상에서 화제가 되며 7년 만에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2015년 출판된 ‘구의 증명’도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과거의 책들이 독자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다시 주목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일생을 다룬 ‘리틀 라이프’는 이 책의 뭉클한 전개에 감동한 독자들이 ‘눈물 영상’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으며, ‘구의 증명’은 젊은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의 호응이 바탕 됐었다.
이렇듯 SNS 챌린지 또는 색다른 설정 등이 입소문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지금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독자들의 힘으로 다시 발굴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소설 ‘모순’이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지난해 역주행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찾아 나가는 ‘자기만의 집’ 또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세 여성이 연대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도 여성 서사에 목 마른 독자들을 채워주고 있다.
20년 만에 복간되는 ‘반가유사상’ 또한 마찬가지다. 반가사유상의 철학적 깊이, 종교적 의미, 예술적 가치 등을 정확하면서도 쉽게 다룬 이 책은 와디즈 펀딩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힙불교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코미디언 윤성호가 부캐릭터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며 불교에 대한 친근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조계종은 미혼남녀를 위해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선보여 젊은층의 이목을 끄는 등 ‘힙불교’ 트렌드가 생겨나며 불교 관련 도서들이 인기를 얻기도 했던 것 . 여기에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젊은 층의 니즈까지 더해지고 있다.
복간 또는 출판계 역주행 열풍에 대해 새로운 좋은 책이 나오지 못하는 방증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이어지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