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8월 3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국내 뮤지컬 시장은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음악, 수준 높은 배우들의 연기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매해 산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 이면엔 유명 스타나 아이돌을 기용하며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뮤지컬 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대극장 작품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뮤지컬 시장에서 신예 뮤지컬 배우가 주요 배역을 맡는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작품 흥행이 팬덤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티켓파워를 가진 주연 배우의 캐스팅에 따라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대규모 작품 뿐만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극장이나, 연극 무대까지 스타 캐스팅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스타 캐스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작품의 예술성이나 메시지보다는 스타 개인의 매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공연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높은 개런티를 받는 스타 배우 위주로 제작비가 편성되면서 티켓 가격이 상승하고, 다른 창작 요소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실력과 열정을 갖춘 뮤지컬 전문 배우, 특히 신인 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오디션을 통해 공정하게 배역을 따낼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스타의 이름값에 밀려 잠재력을 펼쳐 보일 무대조차 찾기 어려워진 현실은 장기적으로 뮤지컬계의 인재 풀을 고갈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객들이 늘 비슷한 얼굴의 배우만 접하게 되면서 공연계가 단조로워질 거란 우려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 에이지’)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연극 및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하며 잠재력을 키워온 신예 배우의 ‘발굴’에 초점을 맞춘 캐스팅을 진행하면서다. 스타의 티켓 파워에 기대 흥행을 도모하는 일반적 공식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지점이다.
이번 시즌에 캐스팅된 주연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초, 재연에 참여했던 양희준, 김수하, 박정혁, 김서형, 김현수, 이경수 등도 모두 이 작품으로 데뷔했거나, 연극과 뮤지컬을 바탕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임규형, 주다은, 조휘, 진태화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의 홍보 문구에서부터 ‘뮤지컬 배우 등용문’임을 자처하며, 정통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꾸준히 실력을 키워온 신진 배우들에게 과감히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작품이 스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를 ‘메이킹’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또 단순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작품의 성공이 특정 스타의 인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작품 자체의 매력과 배우들의 실력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기반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특히 일부 ‘뮤지컬 배우 등용문’으로 읽히는 작품들이 소극장에 머무러는 경향과 비교했을 때, 대극장용 뮤지컬인 ‘스웨그 에이지’의 행보는 더욱 가치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공연 관계자는 “물론 뮤지컬 산업에서 스타 캐스팅이 가지는 순기능과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를 소비하는 작품들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제작사는 수익을 담보받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인 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이 될 인재를 발굴, 육성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스웨그 에이지’와 같은 작품은 더 가치 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담한 신진 배우 캐스팅으로도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시너지를 통해 흥행을 이뤄낸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공연계는 수년 전부터 인적 자원 발굴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작품이 달라져도 매번 비슷한 캐스팅에 대한 진부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몇몇 신진 배우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배우 풀을 넓히면서 동시에 관객층 저변 확대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