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유시민에 피가 거꾸로 솟아"
100분 토론서 정진후 공천 비판한 논객에게 "근거없는 얘기" 논박
피해자 이모씨 "진보 대표한다는 정당 대표가 그런 언행할수 있나"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이모씨는 15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당시 사건의 은폐 논란이 불거진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옹호한 것과 관련,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이날 통합진보당의 게시판에 타인의 필명을 빌어 글을 게재, “어제(13일) MBC 100분 토론에서 유 대표가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앞서 유 대표는 지난 13일 방송된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이 정 전 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자 “정 전 위원장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근거는 있느냐”며 “성폭력 무마 의혹이 있던 전교조 위원장은 제명되고, 그 다음에 선임된 사람이 정 전 위원장”이라고 정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유 대표는 이어 “(논객이) 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이후 전교조 징계재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했다. 피해자 쪽 의견을 듣고 정 전 위원장도 동의를 한 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번복안을 올렸는데 결국 표결을 뒤집는데 실패하고 그 점을 반성했다”며 “이런 분을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질문하는 분이 엄밀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었다.
이씨는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 전 위원장을 옹호하는 행위를 하고 있고, 유 대표는 시민논객의 질문에 정 전 위원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허위 사실을 명확한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공영 방송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유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고 싶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왜 정 후보 말만 믿고 나를 죽이려 하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그렇게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려 했다면 최소한 피해자인 내 말을 직접 들어보거나 피해자를 대변하는 대리인이나 지지모임과의 충분한 만남을 하고 나서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인 나를 대변하는 지지모임의 의견은 문서로 대충 보고, 제대로 만나지도 않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소위 진보를 대표하고 이 사회의 서민과 약자 소수자와 함께 한다는 정당의 대표가 어떻게 그런 언행을 할 수 있느냐”면서 “피가 거꾸로 솟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이 덜덜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통진당이 정 전 위원장을 전략 비례대표로 공천한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여러 날을 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숨통이 조여 오는 답답함과 분노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소회했다.
이씨는 “그 동안 지지모임을 통해 정 전 위원장이 통진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이 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누차 밝혔으나 통진당의 대답은 또 다시 나를 죽이는 답변이었다”면서 “또한 유 대표 등 (공동대표) 3인은 지지모임이 보낸 문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고 면담을 하고자 찾아간 지지모임 분들을 단 10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건성으로 만나줬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모임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오직 정 전 위원장과 그 측근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 당시 정 전 위원장과 나눈 대화, 위로금을 지급하려 했던 사실 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정 전 위원장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믿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 전 위원장의 이중적인 모습과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가졌던 믿음이 산산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 전 위원장은 초기 대리인인 오 국장을 만나 사건의 사실을 듣고 내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알게 됐고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면서 위원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꼭 해내겠다고 편지에 쓰는 등 저를 감언이설로 속이고, 안심시키고 무엇인가를 해줄 것 같이 하고서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행태를 계속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재심위에서 2차 가해자들이 ‘제명’에서 ‘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춰지는 있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고, 정 전 위원장은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후 사건 해결의 책임을 수석부위원장에게 떠넘겼다”고도 했다. 이씨는 “정 전 위원장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당원들을 향해 “이렇게 당했는데도 지금 내 절절한 외침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느냐. 한 개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정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가 돼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찌 진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것이냐”며 “용납할 수 없다.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나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간절하게 호소한다”고 밝힌 이씨는 “정 전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도록 도와달라. 사회 정의를 위해 애쓰시는 통합진보당의 대표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제발 내 피눈물 나는 바람을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이씨의 글에 당내 논란이 거세지자 정 전 위원장도 통진당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 “사건과 관련해 만족할 만한 처리결과를 드리지 못한 당시 전교조 위원장의 입장에서 피해자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 금할길 없다”면서도 “저는 피해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으나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고 아픔을 가중시켰다는 문제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도 유감스럽다”면서 “성폭력사건의 예방은 물론 처리에 대한 올바른 방법이 건강한 공론화를 통해 이 사회에 자리 잡게 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피해자가 이 상처에서 치유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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