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히트상품’ KIA 대반격 지지대
중간계투진 붕괴-4강 탈락 속 발견한 진주
대졸신인 징크스 깨고 KIA 마운드 핵 성장
KIA 타이거즈 신인투수 박지훈(23)과 홍성민(23)은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이 건진 히트상품이다.
신인왕을 노릴 만큼 대박은 아니지만 고참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진 허리에서 꾸준히 활약, 마지막까지 4강 싸움을 벌이는데 큰 힘을 보탰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존재는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하는 값진 소득이다.
KIA는 해태를 인수한 이후 대졸 출신 투수들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윤석민-김진우-한기주-양현종-곽정철-손영민 등 주축으로 활약한 투수들은 모두 고졸이다. 그나마 대어로 꼽힌 강철민 마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LG로 트레이드 됐다. 박지훈과 홍성민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기대주다.
먼저 두각을 나타낸 쪽은 우완 정통파 박지훈. 2012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위로 지명된 박지훈은 높은 지명 순위만큼 프로에서도 일찌감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초 박지훈이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당시만 해도 KIA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순번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이름값도 모자랐거니와 그동안 재미를 못 봤던 대졸투수라는 점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의 관심은 '고졸 파이어볼러' 한승혁에게 더 쏠렸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박지훈을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했다.
구위로 윽박지르는 타입은 아니지만 박지훈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차분한 성격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불펜에서만 잘 던지고 막상 실전 마운드에 올랐을 때 '새가슴'으로 전락했던 수많은 KIA 유망주 투수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다.
선 감독 역시 박지훈의 이런 점을 높이 샀고, 위기가 닥치면 지체 없이 박지훈을 올렸다. 강하게 담금질하는 선동열 감독 기대에 박지훈은 제몫을 해내며 화답했다. 직구는 포수가 원하는 코스로 정확하게 들어갔고, 낙차 큰 포크볼은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쉼 없이 헛돌게 했다.
박지훈에게도 넘기 힘든 걸림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체력'이었다. 전반기 맹활약하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에 시달렸고, 후반기에는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반면 사이드암 홍성민은 꾸준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려 후반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전반기 박지훈처럼 눈에 띄는 임팩트는 아니지만 꾸준함에서 앞섰다.
홍성민은 시속 140km 중반 대까지 나오는 강속구에 수준급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친다.
191cm의 큰 키를 활용해 최대한 앞쪽에서 공을 뿌리며, 물 흐르듯 포수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체인지업의 각도 매우 예리하다. 무엇보다 신인투수답지 않게 피하는 피칭보다 얻어맞더라도 덤비는 인파이터 기질은 앞으로의 대성 가능성을 높인다.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박지훈(61.1이닝)이 홍성민(56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38로 같다.
박지훈-홍성민에게 중요한 것은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이다. KIA는 시즌 막판 서재응-김진우-윤석민-헨리 소사 등 선발투수들의 완투쇼로 실망한 팬들을 달랬다. 하지만 올 시즌 드러났듯 아무리 선발진이 강해도 불펜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긴 어렵다. 뒷문 보강은 비시즌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박지훈과 홍성민이 올해의 기세를 이어 내년에 한층 성숙한 투구로 KIA의 부활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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