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충격파’ 롯데…본의 아니게 뜨거운 감자
FA 연쇄이탈과 보상선수 반전
김시진 애제자 고원준 음주사고
롯데가 본의 아니게 사실상 스토브리그 이슈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슈를 점한 것은 감독의 갑작스러운 교체. 전임 양승호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후임으로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이 임명됐다. 지난 10월 말 일어난 충격파다.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오른 감독의 돌연 사퇴에 따른 공백을 감독 대행이 아닌 신임 김시진 감독 체제로 발 빠르게 대응한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인 대목이다.
주포 홍성흔과 김주찬의 FA 연쇄 이탈
11월에도 롯데의 한파는 다른 팀보다 빨리 찾아왔다. 덕분에 난로는 더 뜨거웠다. 바로 FA를 선언한 주포 홍성흔과 김주찬의 연쇄 이적이다.
롯데 팀 타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홍성흔은 친정팀 두산, 리드오프 김주찬은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가 자랑하는 화끈한 타력의 두 중심타자가 동시에 팀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롯데는 이탈한 타력을 투수력으로 보상받았다. 김주찬 대신 잠재력 있는 장신의 잠수함 홍성민을 데려왔고, 두산에서는 2012시즌 선발투수로 활약한 김승회를 데려왔다. 타력으로 빠진 부분을 투수력으로 보완, 2013시즌 투수력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굴러온 3할타자' 장성호 이적
하지만 주력타자 2명의 동시 이탈은 신임 김시진 감독 입장에서도 상당한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이때 한화발 뜻밖의 낭보가 들어왔다. 바로 무명신인 송창현을 주고 검증된 3할 타자 장성호의 맞트레이드 소식이 그것.
홍성흔과 김주찬의 이탈로 약화된 중심타자로 장성호라는 검증된 타자를 영입하게 됐다. 장성호는 프로야구 현역 타자 중 최다안타(2007안타) 기록을 보유한 타자다. 1996년 KIA 전신 해태에 입단한 후 한화로 이적한 올해까지 1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7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교한 좌타자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3할'의 기록을 수립, 은퇴한 양준혁이 못 이룬 '10년 연속 3할'에 재도전했던 스나이퍼였다. 시즌 도중 무릎 부상으로 10년 연속 3할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양준혁의 대를 이은 꾸준함과 정교함으로 리그 대표 좌타자로 손색없는 타격을 자랑했다.
그런 장성호의 카드로 한화가 지명한 송창현은 다소 의외다. 제주국제대 졸업 예정인 송창현은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 27번)으로 롯데에 지명된 대졸 좌완투수다. 물론 김응용 감독이 류현진의 공백을 의식, 드래프트 전부터 대형 좌완투수감을 눈여겨 봐뒀다 하더라도 장성호의 지명도와는 트레이드 카드로 어울리지 않는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 시절부터 덩치 큰 좌완과 좌타자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다. 강영식(롯데)을 해태에서 삼성으로 데려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무엇보다 송창현은 신인이고 검증되지 않은 투수라는 점에서 한화는 큰 모험을 한 셈. 반면, 롯데는 약화된 중심타선에 검증된 타자가 굴러들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 타선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손아섭을 제외한 확실한 좌타자 부재였다. 우타 중심의 라인업 때문에 롯데는 우투수에게 약한 성적이 팀의 고질적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다. 상대 벤치가 롯데를 상대할 땐 소위 '옆구리 투수'를 표적 등판시킬 정도로 롯데에는 믿을만한 좌타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영입한 선수가 작년 SK에서 FA로 영입한 정대현과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성배였다. 이번에도 KIA에서 보상선수로 지명한 홍성민의 영입도 같은 맥락이다. 장성호 가세로 클린업에 두 명의 좌타자로 짤 수 있게 됐다. 최근 프로야구의 추세가 바로 클린업에 좌타자 2명이다. 롯데는 장성호의 영입으로 프로야구 추세를 따라 갈 수 있게 됐다.
'다사다난 12월' 고원준 음주 사고
호사다마. 뜻하지 않은 악재가 터졌다. 지난 2일 선발투수 고원준의 음주 사고다. 고원준이 음주 후 자신 소유의 차를 몰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혈중 알콜농도는 0.086%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원준은 황재균과 더불어 넥센 시절 김시진 감독의 애제자 중 한 명이다. 헤어졌던 선수와 감독이 롯데에서 재회한 기쁨도 잠시, 고원준은 불미스런 일을 저질렀다.
지난 10월부터 롯데는 김시진 감독의 신규 선임과 김주찬과 홍성흔의 FA 이적, 그리고 장성호라는 뜻밖의 수확에 고원준의 불미스런 음주 사고 등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본의 아니게 '뜨거운 감자'를 화로에 계속 올리고 있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었다. 겨울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보내는 팀이 그 이듬해 성적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다. 준플레이오프 이후 끊이지 않는 이슈를 만들었던 롯데가 연말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김시진의 롯데'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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