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 배우자? 얼토당토않은 오류
일본 축구 평론가는 오히려 비판도
8회연속 월드컵행 ‘일정 수준 이상’..추구하는 방향도 달라
"이탈리아는 멕시코전 이후 3일 쉰 반면, 일본은 브라질전 이후 4일 넘게 휴식을 취했다.”
일본 축구 평론가 세르지오 에치코(67)가 최근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선전한 일본의 경기력을 혹평했다.
세르지오 에치코는 “일본보다 ‘하루 덜 쉰’ 이탈리아는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 상대에게 일본은 4골이나 내줬다”며 “일본 언론이 한 목소리로 “잘 싸웠다”고 떠들었지만 이탈리아는 이겼고 일본은 졌다. 이 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일본축구는 여전히 진보하지 않았다. 세계 정상을 노린다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평가 그대로다. 축구에서 3일과 4일의 휴식 차는 크다. 체력소모가 극심한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최소 ‘80시간’ 이상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브라질 킬러’ 멕시코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서 브라질에 무기력하게 0-2 완패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선발 1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멕시코는 2012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브라질을 일방적으로 두들긴 끝에 2-1로 꺾은 바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상대전적도 멕시코가 2승1패로 우위. 말 그대로 브라질에 유독 강한 멕시코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3일 vs 4일’ 휴식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브라질에 무릎 꿇었다.
일본은 컨페더레이션스컵뿐만이 아니라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에서 항상 ‘유리한 일정’을 배정받았다. 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대표적 예다. 한국은 8강에서 난적 이란을 연장혈투 끝에 제압하고 4강에 올랐지만, 휴식기간은 ‘2일’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3일’ 넘게 푹 쉬고 한국과의 준결승에 나섰다. 여파는 당연했다. 당시 한국은 ‘검증된 산소탱크’ 박지성조차 피로회복이 되지 않아 몸놀림이 무뎠다. 결국, 한국은 일본에 허리를 완전히 내준 채 끌려가는 굴욕을 당했다.
이탈리아전에서 나타난 일본의 인상적인 경기력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리 놀랍지 않다. 더구나 이탈리아 중원엔 ‘35세 백전노장’ 안드레아 피를로가 있다. 일본대표팀 자케로니 감독은 “나이가 많아 활동량이 떨어진다”며 피로까지 겹친 피를로를 적극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 자케로니는 이탈리아 선수들 개개인의 버릇까지 알고 있다.
일본-이탈리아전 직후 일각에선 “한국이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데 도대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오밀조밀한 패스를 수 십 년째 해온 일본과 선 굵은 한국은 다르다.
패스축구만이 진리도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정교한 패스와 점유율 축구를 심어놓은 요한 크루이프조차 “어설프게 패스축구를 따라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유럽서 왜소한 체구의 스페인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거구들 틈바구니서 살아남기 위해 몸싸움을 사전에 차단한 패스게임을 정착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와 송곳역습, 네덜란드의 토털사커, 독일의 톱니바퀴 조직력처럼 그 나라 특유의 민족성과 결합한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인의 체격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심지어 '서유럽'에도 뒤지지 않는다. 피지컬이 우수한 한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술은 ‘전 방위 압박’이다. 지난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심어놓고 갔다. 체력을 완성시켜 숨 막히는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 움츠렸다가 꽂는 카운터 어택, 사이드 공격수 강화 등이 한국축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첩경이라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혹자는 일본 각급 대표팀의 체계적인 전략전술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작 일본이 자랑한 유소년 정책은 10년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U-20 FIFA 청소년월드컵 본선에 일본은 3회 연속 초대받지 못했다. 한국은 6회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첫 경기 쿠바전을 이미 승리로 장식했다. 유소년이 곧 국가대표의 미래일 때, 일본축구의 내일은 불안하다. 지나친 반성과 자격지심은 오히려 ‘독’이다.
박지성도 최근 SBS 김민지 아나운서와의 열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도 고난의 시기가 있었는데 모두 이겨냈다"며 "남은 기간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부진했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금은 비판을 넘어 자학과 비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은 ‘세계 6위’에 해당한다. 1위 브라질(20회 연속 진출), 2위 독일, 3위 이탈리아, 4위 아르헨티나, 5위 스페인에 이어 한국이 6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기록이다.
월드컵 본선에 연속 출전한 사실은 그 나라의 축구수준이 ‘일정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왔다. 일본 활약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유망주가 넘치는 한국축구의 ‘잠재력’에 자부심을 느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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