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간 대화 녹음 통비법 위반 '제3자 제보'라면 빠져나가
박영선 신경민도 "제보"로 법망 피해 "아니면 말고?"
‘제3자의 제보’를 통한 민주당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불법도청 의혹을 제기하는 녹취의 공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한 그야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공세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주중 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발언 녹취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권 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남북대화록을 이미 봤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할 경우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법(통비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법사위 여당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법 위반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며 “언제 어디서 누가 녹음했는지 권 대사 외에 몇 사람이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현행 통비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
즉, 권 대사의 발언을 제3자가 녹취한 것은 다분히 위법소지가 있고, 박 의원은 불법으로 취득한 녹취를 폭로한 것이다. 결국 ‘NLL 대화록 열람은 불법’이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던 민주당이 반대로 ‘불법 녹취 의혹’이 제기되는 ‘카드’로 대여공세를 펼친 상황이다. 마치 ‘불법에는 불법’으로 대응하겠다는 모양세다.
물론 박 의원이 공개한 녹취가 불법이 아닌 합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취를 한 사람이 권 대사와 함께 있던 인물이라면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정확하게 누가 녹취를 했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이 파일은 도청된 게 아니라 민주당에 제보된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제3자의 제보’와 면책특권을 이용해 불법의혹을 피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우리 당에 들어온 국정원으로부터의 제보는, (당시) 국정원에 2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거다”, “검찰이 이걸 깔까 말까 여러 번 그 당시에 000차장인가 확실히 생각 안 나는데 중심으로 회의도 하고 그랬다는 국정원발 제보다” 등의 주장을 했다.
자신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주장을 인용하고, 법사위 현안질의라는 점을 이용해 위법을 피해간 것이다.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도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관계자의 제보라면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제3자의 제보를 이용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인 김회선 의원은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원래는 제보를 받았다고 해도 근거가 정확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이나 처벌조항이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이 자꾸 국회 발언에 묻어서 공개하고 있다. 면책특권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당당하다면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를 해야 된다”며 “면책특권에 숨으려고 하면 계속 의혹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소속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 의원의 녹취 공개 자체가 통비법 위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타인과의 대화를 녹취한 것은 물론 그것을 공개·누설한 사람도 처벌 규정이 있다”면서 “그것을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법안심의 중 폭로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결국 제보 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간다”며 새누리당의 불법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오히려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