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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 발언' 청와대 강경대응 왜?


입력 2013.07.12 16:45 수정 2013.07.12 16:50        김지영 기자

취임 초기부터 이어진 대선 불복 움직임에 강력 제재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가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비난의 수위가 상식적으로 용인되는 선을 넘어섰고, 해당 발언을 비롯해 일각에서 시작된 정통성 시비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터질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12일 오전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언이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수석은 “이것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의 대변인이 이렇게 한 발언이 민주당의 당론인지 묻는다. 야당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는 사실상 청와대가 공식입장으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수위의 발언이다. 이 수석은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이렇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이냐”면서 홍 대변인은 물론, 그의 폭언을 방관한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가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자료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새누리당도 이날 오전 예정됐던 ‘NLL(북방한계선) 남북정상회담 자료 열람위원회의’를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홍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당으로서 묵과할 사안이 아니며 원내일정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청와대와 여당이 합심해 공동대응에 나선 건 부정개표 논란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취임 초기부터 이어진 대선 불복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홍 대변인의 발언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브리핑 내용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정당성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앞서 임내현 의원과 신경민 최고위원 등은 최근 당 공식 행사에서 박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미친X’으로 표현하는 등 막말을 일삼았다. 특히 임 의원은 ‘선거 원천무효 투쟁’까지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내몰았다.

문제는 야권 일각에서 시작된 이 같은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일부 투표소 유권자들로부터 촉발된 ‘부정개표’ 논란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시연으로 일단락됐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NLL 발언’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여권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거센 공세를 차단할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홍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가 수세에 몰린 여론을 뒤집기에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정원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원내 양대 현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과 NLL 이슈를 계속 끌고 가봐야 청와대 입장에선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참여정부 출신 관료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홍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 11일에는 새누리당이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가 이 수석의 기자회견 직후 돌연 일정을 변경한 점을 보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강경대응이 발언 자체의 문제보다는 정치전략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이 홍 대변인의 발언을 빌미로 회의를 취소한 것과 관련, 민주당 측은 “신속한 유감 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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