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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스타의 품격…'자질론의 허와 실'


입력 2013.07.14 09:05 수정 2013.07.16 11:42        민교동 기자

전속계약 기간 전후 스타들의 다른 행보

광고계, 우려의 시선에 자질론까지

김태희 이효리 ⓒ 데일리안DB

만약 씨스타의 효린, 카라의 구하라, 그리고 포미닛의 현아가 모여서 술을 한 잔 하는 데 소주를 참이슬을 마신다면 어떨까. 효린, 구하라, 현아는 소주 ‘처음처럼’ CF 모델로 소주병에는 이들 세 걸그룹 멤버들의 사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얼굴이 새겨진 소주를 마시는 게 어색해서 참이슬을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상상은 금지된 영역이다. 혹시라도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이를 광고주가 알게 된다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국내 맥주 브랜드 CF 모델이던 영화배우 A 씨가 바에서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바에 해당 맥주 브랜드 임원이 지인들과 함께 온 것이다. 자사 CF 모델인 영화배우 A를 본 그 임원은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악수를 권했는데 A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맥주는 해당 브랜드가 아닌 경쟁사 맥주였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영화배우 A의 광고 계약이 전격적으로 해지됐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CF 모델의 품격’이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CF 모델인 만큼 해당 제품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 CF 모델인 연예인이 평소엔 그 제품을 욕하고 다니거나 경쟁사 제품만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해당 광고주 입장에선 고가의 광고 모델 비용을 지불하고도 제품 홍보는커녕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만 깎이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예를 들어 브랜드 아파트의 CF 모델이라고 해서 주거지를 해당 브랜드 아파트로 옮길 이유는 없다. 실제로 특정 브랜드 고급 아파트의 CF 모델을 오랜 기간 한 터라 당연히 그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것처럼 보인 여자 연예인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 그 여자 연예인은 오히려 경쟁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미 해당 여배우의 부모가 오랜 기간 경쟁사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터라 광고 계약을 이유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이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해당 여배우가 “내가 어느 아파트 모델이지만 살아보니 경쟁사 아파트가 훨씬 좋더라”등의 폄하 발언만 하지 않는다면 CF 모델로서 큰 결격 사유는 없는 셈이다.

반면 맥주나 소주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아파트 CF 모델처럼 거주지를 이사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 없이도 자신이 CF 모델로 있는 업체의 소주나 맥주는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 사항에서 이런 부분이 명시적으로 강제되진 않는다. 다만 CF 모델로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이다.

광고주 측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CF 모델 연예인에게 상당한 배려를 해준다. 본인이 CF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예를 들어 해당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 해당 제품을 선물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어떤 연예인이 자신이 CF 모델로 활동하는 업체 제품을 동료 배우와 제작진에게 선물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해당 업체에서 공짜로 물건을 제공해주는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고현정이 게임기 CF 모델을 할 당시 출연 중이던 드라마의 작가와 감독 등 제작진과 출연 배우 등 150명에게 추석 선물로 해당 게임기를 선물했다. 고되고 지친 드라마 촬영장에서 틈이 날 때 휴식 차원에서 게임을 즐기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고현정이 해당 업체로부터 게임기를 협찬 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렇지만 당시 고현정은 무려 2000만 원을 들여 해당 게임기를 직접 구입했으며 일일이 직접 포장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해당 게임기 업체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일은 광고계에서도 큰 화제를 불어 모았고 고현정의 CF 모델로서의 품격은 칭송의 대상이 됐다.

반면 이병헌은 특정 도너츠 CF 모델을 하며 너무 심하게 공짜 협찬을 요구하다 CF 계약이 해지됐다는 루머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루머는 이병헌은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해당 루머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뒤에야 사그라졌다.

해당 제품의 각종 마케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이나 해당 기업의 기업 행사에 참석하는 것 역시 CF 스타에게 주어진 일종의 의무다. 이 부분 역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스케줄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만 아니라면 최대한 협조하는 편이다. CF 계약의 연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런 부분에선 김태희의 프로야구 시구가 가장 대표적인 일화다. 지난 2011년 김태희는 LG 트윈스의 홈경기에 시구자로 등장했다. 톱스타인 김태희가 최초로 시구를 해 크게 화제가 됐는데 그가 시구자로 나선 까닭은 LG 트윈스의 모기업인 LG 전자 광고 모델이기 때문이었다. 김태희는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본인 역시 CF 모델로서 LG 가족임을 분명히 했다.
김태희는 현재도 LG전자 모델이며 지난 9일엔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냉장고 연구소를 깜짝 방문해 LG ‘디오스(DIOS) V9100’ 판매 10만 대 돌파를 직접 축하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엔 피켜퀸 김연아 선수도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연아는 벌써 5년 째 삼성 스마트에어컨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연아 스페셜 스마트에어컨 Q9000’의 생산 과정을 지켜본 김연아는 임직원에게 간식과 기념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어느 대기업 CF 모델이 된 한 여자 연예인은 해당 기업체의 공식 행사 등에 몇 차례 초대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고 결국 6개월 단발로 계약이 종료된 사례도 있다. CF 계약이 해지되자 그제야 앞으론 관련 행사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결정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고.

간혹 CF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돌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연예인들도 있다. 광고계에선 이효리의 채식주의 선언이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통한다. “한우 많이 드세요”라고 호소하던 이효리는 한우 홍보대사가 끝나자 바로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당황했다. 당시 위원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억3000만 원을 받고 6개월 동안 ‘한우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이효리가 계약 종료와 동시에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했다”라며 “한우 홍보 및 소비 촉진 광고와 관련 행사에서 한우 소비를 독려한 사람이 갑자기 채식주의자라며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한우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중에 이효리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홍보대사 할 당시엔 고기를 먹을 거면 한우가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채식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며 “채식하면서 한우홍보대사를 계속 할 수가 없었다”며 관련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있다.

최근에는 이효리가 팬 카페에 올린 결혼 발표 글도 눈길을 끈다. 결혼 사실을 밝힌 뒤 마지막 부분에서 이효리는 “아직 절 보낼 준비가 안 된 우리 팬들 오늘 소주나 한잔할까요^^ 병에 제 얼굴이 없어서 다행이네요”라고 썼다. 과연 소주병에 자신의 얼굴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얘기는 또 무슨 의미일까.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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