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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탈북자 도와달라" 총영사관 "알아서 들어와라"


입력 2013.07.16 11:12 수정 2013.07.18 11:19        김소정 기자

<단독>중국 억류된 재탈북자 도움요청 음성파일 공개

절박한 구조요청에도 주중 총영사관측 늑장대응 생생

최근 재탈북을 시도하다 중국에 억류된 김광호씨 가족이 지난 1월 재입북했을 당시 북한 평양의 인문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탈북자 신분으로 북한으로 돌아가 기자회견까지 한 젊은 부부와 10개월 된 딸 등 일가족이 재탈북했다가 중국 연변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광호 씨 일가족 5명을 포함한 탈북자들이 지난 8일 체포되기 전 중국에서 우리 공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으나 사실상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데일리안'이 15일 입수한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과 주중 베이징 총영사관 측의 통화 녹취파일에선 김 사무국장이 영사관측에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으나 영사관측의 성의없는 답변이 생생히 담겨 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취파일은 김 사무국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말로 시작된다.

"지금 중국에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이 7명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대사관에서 좀 도와줄 수 없을까요."
"네,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중국에 탈북자 7명이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대사관에서 좀 도와줄 수 없는지요."
"아... 공관까지 들어와야 도와줄 수가 있는데요... 우선 알아서 들어오시면... 밖에선 도와줄 도리가 없으니까..."
"공관 주변에 공안이 감시하고 있어서 위험합니다. 전화로 말씀하시기 어려운 건 알지만, 비선라인으로라도 좀 도와줄 수 없을까요. 부탁합니다."
"그럼... 한번 여쭤보고... 전화를 드릴게요."
......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도움을 요청하는 김 사무국장은 다급한 나머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는 반면 영사관측은 몹시 난처해하면서도 상당히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묻는 목소리는 너무 담담해서 아무런 기대를 걸지 못하게 만든다.

더구나 통화 상대방의 소속과 이름, 연락처를 재차 물어보고 전화를 끊은 영사관측에선 이 전화통화 이후 다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담당해야 하는 공관의 도움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체포된 탈북자들 중에는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다가 북한으로 들어가 기자회견까지 한 김광호·김옥실 부부와 10개월 된 딸, 아내 김옥실 씨의 동생 2명 등이 포함돼 있다.

김희태 사무국장은 “영사관 근처에 사복경찰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언제 적발될 지 몰라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도 영사관측은 ‘공관 밖에 있는 상황에서는 도와줄 수 없으니 일단 어떻게든 (공관 안으로) 들어오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김 사무구장은 처음 도움을 요청하는 탈북자 가운데 김광호 씨 일가족이 포함된 줄은 몰랐으나 결국 우리 공관의 무관심 속에 탈북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북한에 넘기는 결과를 낳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한국에 입국한 뒤 부인과 딸과 함께 전라남도 목포에서 생활해 오던 중 재입북해 2013년 1월 북한 매체를 통해 남한 사회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는 “저희 부부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남조선 땅에서 무진 애를 썼으나 사기와 협잡,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험악한 세상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며 남한 사회를 비난했다.

이후 김 씨 부부는 자신들이 살던 함경북도 농촌으로 보내졌고, 넉넉하지 못하게 살다가 김 씨가 “남한에서 잘 먹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빌미가 돼 체포돼 보위부 감옥에 갇히게 됐다.

감옥 안에서 원래 결핵이 있던 김 씨의 병세가 심해지면서 이들은 재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 김 씨 아내의 남동생과 여동생까지 동반해 지난달 26일 국경을 넘었다가 12일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이다.

앞서 김 씨 부부의 첫 탈북을 도왔던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중국에서 두번이나 공안에게 체포될 뻔 했던 김 씨 일가족을 구했지만 결국 체포됐다”며 “이들의 탈북 사실을 알게 된 북한측이 체포조를 보내서 중국 공안의 협조를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북소식통은 “김광호 씨의 경우 중국 공안의 상부 지시가 있어서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보위부에서 수일 내 중국으로 나올 것이란 전언이 있는 만큼 다시 북한 측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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