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에 침묵하는 박 대통령, 이유는...
검찰 본격 행보에 입장 표명은 불필요한 개입 여지 판단
검찰이 지난 17일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청와대는 다음날인 18일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쏟아지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도 불구,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수석비서관들조차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응에는 박 대통령이나 참모진의 입장이 수사에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깔려 있을 거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4개월여 동안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NLL(북방한계선) 논란 등 원내 현안에 대해 침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란 소리다.
국정원과 NLL 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은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죽 얘기해오지 않았느냐”며 “나는 (거기에) 관여해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개입이 의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회의하고 협상하면 (청와대는) 관여하지 말라고 야당에서 수없이 요구하지 않았느냐”면서 여야 협의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여야는 당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 건을 협의 중이였다. 더욱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 기소만 끝난 상황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당시와 비슷하다. 검찰이 16년 만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택과 소유 부동산 등 17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는 사실상 의회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앞서 여야는 추징금 환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이른바 ‘전두환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빗발치는 추징금 환수 요구 속에서 국회가 법적 근거를 만들고, 검찰이 이를 집행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와 검찰이 자신들의 권한과 재량에 따라 처리하고 있는 일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다면 이는 또 다른 ‘수사 개입’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다만 국회의 특별법 제정과 검찰의 수사에 앞서서는 박 대통령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 와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두환 특별법’이 통과되기 보름 전의 일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수차례 공식 회의에서 불량부품 적발로 촉발된 원전 비리 문제와 사학재단의 등록금 사학연금 전용 사례 등을 지적하며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결국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기조가 사정기관을 비롯한 각 정부부처에 전달됐고, 현 시점에 이르러 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더 이상의 입장 표명은 불필요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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