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의 세대 포용력, 음악만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에 떨던 후배들도 마음 열어
“가왕도 춤추는데..” 녹음실은 세대통합 현장
“바로 들어갈래, 연습하고 갈래?” “수고했어. 잘했어!”
생전 처음 만난 ‘가왕’ 앞에 떨지 않고 완벽하게 노래하고 연주할 이가 누가 있을까. 조용필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듯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음악 앞에 까다로운 조용필(63)이지만, 이날만큼은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격려만이 녹음실을 가득 채웠다.
5일 밤 서울 대치동의 한 녹음실에선 다양한 장르에 걸쳐 실력을 인정받은 15팀의 후배들이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오는 14·15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의 캠페인송으로 선정된 ‘여행을 떠나요’를 녹음하며 조용필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의 녹음을 한 팀도 빠짐없이 꼼꼼히 지켜보며 세밀하게 현장을 지휘했다. 악기의 밸런스는 물론, 장비 문제와 녹음실의 소음, 후배들의 컨디션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45년 음악인생의 노하우가 뿜어져 나왔다.
무엇보다 후배들을 향한 배려가 빛났다. ‘슈퍼소닉 2013’에 헤드라이너로 참여하는 조용필은 인디 밴드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의 개런티를 전액 기부, ‘헬로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이번 캠페인송 녹음 역시 후배들이 더 많이 소개되길 바라는 조용필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용필은 “내가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밴드들의 음악에 애착이 많이 간다. 음악 페스티벌에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많이 오지만, 인디 밴드들도 중요한 자산이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다”며 인디 밴드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조용필을 중심으로 19집 프로듀서 박용찬(MGR)과 박병준이 전체적인 녹음 진행을 맡은 가운데 참여한 후배 가수들은 하나같이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용필의 19집 앨범 타이틀곡 ‘헬로’의 랩 피처링을 맡아 화제가 된 버벌진트는 “‘헬로’는 이제 내 영광스러운 명함이 됐다”며 “앞으로도 조용필 선배가 오랫동안 활동을 하며 좋은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버벌진트는 ‘여행을 떠나요’에서도 또 한 번 멋진 랩으로 곡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조용필의 사인을 받고 어린애처럼 기뻐한 김창렬은 “페스티벌 하면 젊은이들 문화, 혹은 록 마니아들만의 문화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번에 조용필 선배님이 참여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있겠느냐. 조용필 선배님이니까 가능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준엽은 최근 조용필의 ‘헬로’와 ‘바운스’를 리믹스해 클럽에서 헌정무대를 꾸민 것이 인연이 돼 이번에도 함께한다. 구준엽은 “나이 든 사람은 올드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조용필 선배님은 오히려 아이돌보다 훨씬 앞서간다. 사운드나 음악 모두 한 획을 그으셨고 후배들도 힘을 많이 받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좋아서하는밴드는 “출연료 전액을 기부해 후배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 준 조용필 선배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도 “기대가 큰 만큼 겁도 난다. 온 국민이 아는 노래를 일부지만 우리 목소리로 부르는 게 부담이 됐다”며 긴장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서 바싹 얼어붙은 후배들에게 조용필은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조용필은 “이 친구들은 TV를 통해 활동하는 게 아니라 무대를 통해서 하는 거라 내 어렸을 때랑 너무 똑같다. 보람 있다”며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 각자 스타일들이 있고 다 좋았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이날 녹음의 하이라이트는 조용필과 후배가수 전원이 함께 어우러진 떼창 타임. 조용필은 후배들의 율동을 직접 지휘하며 어린 아이처럼 춤추고 노래했다. 서울의 작은 녹음실은 진정한 의미의 세대통합이 무엇인지 멋들어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겸손과 소탈함이 가득 담긴 조용필의 미소는 그의 음악성만큼이나 놀라운 포용력을 지녔음을 확인한 순간이다.
한편, 이날 녹음한 ‘여행을 떠나요’는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배포될 계획이다. 더불어 ‘슈퍼소닉’ 페스티벌 현장에서 울려 퍼지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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