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도 없는 전차처럼 전세가격 고삐 풀렸다
7월 전국 주택기준 전세가, 2008년 대비 30% 올라
전세가격이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입자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에는 봄가을 이사철이나 방학 등에만 전세가가 급등했지만 최근에는 비수기에도 몇 달 만에 수천만 원 오른 집을 흔히 볼 수 있어 전세값 오름세에 고삐가 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축소하고 세제ㆍ금융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이러한 정책도 무색해질 정도로 전세값만 치솟고 있는 기형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 기준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10.21%)의 3배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 시가총액(약 1300조원)이 약 2200조원 규모인 주택 매매가격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가가 치솟으니 전세를 구할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물론, 어렵게 전세를 구해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세 보증금을 대출로 감당하느라 세입자의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가가 치솟는 것은 전세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를 구입할만한 자금이 있어도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찾다 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전세 수요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3%, 서울은 57%를 기록했지만 지금까지 전세 선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고 각종 세금과 거래비용을 들여 집을 사느니 오른 전세 보증금만 부담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전세대출 상품도 전세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도 전세자금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지원대책, 주택 수요·공급 조절, 금융권 전세대출 차별 적용 등의 대책을 제시한다.
오피스텔 같은 1∼2인 가구 중심의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3∼4인 가구가 살 만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거론되고 있고 전세 계약 기간을 현행 2년보다 늘리는 것도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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