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정원 이슈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비춰져
청와대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야당 대표 간 양자회담 제안에 이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차선책으로 제시한 대통령-여야 대표 간 3자회담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비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3자회담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5자회담에 대한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여야 대표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대통령-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 방침을 고수한 셈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에는 의회와 회담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안은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 담판’을 짓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황 대표의 3자회담 제안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자 또는 3자회담이 개최될 경우 김 대표가 회담 의제로 국정원 이슈를 끌고 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5자회담의 경우에는 양당 원내대표의 투입으로 참석 인원이 늘어 민주당의 발언권이 줄고, 정부 세제개편안을 비롯한 입법 현안으로 의제를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제한된 회담 시간 동안 민주당 측이 국정원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만 늘어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른 한편으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존재에 따라 회담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평가받는 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이 각각 왕(王)실장과 왕(王)수석으로 불리며 청와대의 실세로 통한다면,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원내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강성파에 속하는 최 원내대표는 야당의 국정원 파상공세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최상의 카드다.
황 대표는 지난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 문희상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물밑협상에 나설 만큼 유연한 인물이다. 3자회담이 될 경우 김 대표가 황 대표와 협상을 시도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최 원내대표와 같은 강성인물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 측이 김 대표의 양자회담이나 황 대표의 3자회담 카드를 받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3자회담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고, 3자회담을 제안한 주체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양자회담은 몰라도 3자회담까지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청와대는 양자회담에, 민주당은 5자회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못 박은 만큼 남은 대안은 3자회담뿐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같은 관점에서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국민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무조건적인 떼쓰기보단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