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7차회담' 앞둔 북 김정은 속내는
소식통들 "폐쇄 책임 남측에 떠넘기려는 의도 낙관 못해"
이동복 "결렬돼도 남북간 해로운 형태 회담 시작될수도"
개성공단 폐쇄 직전 북한이 긴 침묵을 깨면서 오는 14일 7차 실무회담이 이어지게 됐지만 회담 이전부터 남북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결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7차회담을 제안하면서도 6차례 회담의 최대 쟁점이던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 인정이나 앞으로 재발방지를 보장하는 주체가 자신들이어야 하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7차회담 제안 이후 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담아 보낸 정부의 전통문에 대한 회신문에서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달라”고 주장하는 등 회담 이전부터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연출했다.
북한이 7차회담을 제안해온 첫날 “전향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하던 정부도 북측의 회신문을 전달받은 다음날 이런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북의 후속회담 제안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물론 회담 결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북한의 일방적인 차단 조치로 이번 사태가 야기됐지만 남북회담 내내 북측은 남북 공동책임을 주장해왔다. 끝내 남측대표에 막말을 하면서 파국으로 몰던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일에 돌연 후속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따라서 남측의 원칙 고수가 껄끄러웠던 북측이 남북회담을 계속 끌어가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다양한 평가가 뒤따른다.
우선 회담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최종 개성공단 폐쇄까지는 바라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8900만달러가 아쉬운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일관된 대북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북한이 더욱 다급해졌다는 판단이 뒷받침한다. 기업들에 경협보험금이 지급되면 공단 내 남아 있는 자산에 대한 권리가 정부에 넘어가므로 북으로선 이를 우선 막아야 할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에 8월 초 북한과 미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비공식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북미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 개성공단 회담을 이어가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 등 미국과 풀어야할 과제가 더 많다고 여기는 북한 입장에서 이왕 열린 남북회담을 잘 관리해야 매끄러운 북미회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달 25일 열렸던 6차회담에서 남한 대표단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회담 결렬을 선언한 북한으로서 개성공단이 폐쇄된 책임의 주체로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7차회담에서도 북측은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 원칙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파국의 최종 책임을 남측에 전가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실책을 유도하고 동시에 남남갈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에서 볼 때, 북한은 14일에 열릴 7차회담에서도 여전히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 인정이나 재발방지의 주체가 자신들임을 인정하지 않고 또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남한에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비로소 최종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를 정식 통보하면서 동시에 자산 몰수를 주장하는 이른바 ‘금강산관광 폐쇄 수순’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7차회담을 제안한 것은 6차회담에서 북측이 저지른 막말 파동에 따른 책임을 되돌려볼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강한 타격을 남기려는 정치적 이벤트로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6차회담에서 북측이 남측 기자실에 난입해 남측대표단을 향해 막말을 하고 회담 결렬을 외친 것은 의도된 것으로 작게는 남측의 기를 눌러보거나 크게는 개성공단 폐쇄 선언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만 커지자 북한으로선 개성공단의 자산 몰수나 개성시내 군대 재주둔을 하려해도 국제 여론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7차회담에서도 남한이 지금까지의 원칙을 고수해 북측에서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고 나올 경우 북한은 지난 6차회담 때보다 훨씬 점잖게(?) 최종 결렬선언을 하면서 모든 책임을 남한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소식통은 “300만명의 아사자를 내고도 꿈쩍 안했던 북한 입장에서 고작 5만3000명 종업원의 실직 사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걱정거리는 될 수 있으나 북한 당국의 관심거리도 못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기업에 경협보험금이 지급된 이후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 내 자산 처리권한이 돌아가는 상황을 우려했고, 따라서 7차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 전면 폐쇄와 몰수 처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북소식통의 전망은 개성공단 사태에 이미 국제적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기업에 경협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아가는 상황을 북한이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기 힘들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은 기업은 더 이상 정부에 불만을 가지기도 힘들고, 박근혜정부를 반대하는 야당도 딱히 정부의 원칙을 반대할 구실을 찾기 힘들어져서 남남갈등 조장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주장대로 어렵사리 7차회담이 성사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부가 ‘북한의 책임 인정’이라는 원칙을 강하게 고수해 또다시 회담이 결렬될 경우 경협보험금 수령까지 연기한 채 숨죽여 기다려온 기업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이 개성공단 내 자산 몰수라는 조치까지 선언하면 야당도 나서 정부를 거세게 비판할 빌미가 생기게 된다. 즉 14일 7차회담 이후 남남갈등이 크게 조장돼 정부가 강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 한편, 지난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전 안전기획부 남북회담 사무국장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7차회담을 제안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입는 손해보다 더 큰 자신들만의 이유로 공단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니까 마지못해 회담 테이블에 앉아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번 7차회담이 공단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남북문제에서 마지막은 없다. 항상 변수와 기회가 상존한다”면서 “7차에서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에 결렬된다고 해도 회담이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없고 새로운 형태의 남북회담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