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해갈포' 유럽파 만병통치약?
대표팀 골 결정력 문제 어제 오늘 일 아니야
자칫 유럽파-국내파 위화감 조성
'어쩌면 이리도 안 터질까! 골 가뭄 해갈은..'
홍명보호의 답답한 골결정력이 축구대표팀 승리에 굶주린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FIFA랭킹 22위 페루와의 경기에서 내용상 우위를 점하고도 또 0-0 무승부에 그쳤다.
슈팅수에서 13-5로 크게 앞섰지만 정작 골문은 한 차례도 가르지 못했다. 무수한 찬스를 잡고도 의욕이 앞서거나 침착하지 못한 마무리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슈팅이 더 많았다. 어쩌다 골문으로 향한 슈팅은 대부분 골키퍼 정면.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몇 차례나 이어진 ‘골 희망고문’에 머리를 감쌌다.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 취임 이후 동아시안컵과 페루전 포함 국내파 선수들만으로 총 4경기 치르는 동안 단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만족스럽지 못한 득점력은 자연히 유럽파 선수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한다. 손흥민, 지동원, 박주영 등 유럽파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페루전 이후 유럽파를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에 나섰다. 9월부터 A매치에는 정상적으로 유럽파들을 소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파의 능력과 대표팀 내 위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단지 골을 넣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평가전에서 국내파 선수들이 보여준 활약이 과소평가되는 분위기다.
사실 대표팀의 골결정력 부재는 최근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던 월드컵 최종예선 초반인 지난해 카타르-레바논과의 1,2차전에서만 총 7골을 넣으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더구나 당시는 2012 런던올림픽으로 인해 유럽파들이 대거 빠지고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팀이었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은 서서히 골 가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유럽파까지 가세했음에도 대표팀의 공격력은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2013년 들어 현재까지 총 9차례 A매치에서 대표팀은 5골에 그쳤다. 무득점 경기만 5차례. 자책골 1골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자력으로 넣은 것은 4골이다. 더구나 최전방 공격수에 의한 골은 전무하고, 대부분 2선 공격수나 수비수들이 기록한 득점이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그래도 최근 경기에서는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강희호의 경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 막바지 3연전 당시에는 지나치게 공중볼에 의존하는 단순한 플레이로 '뻥축구' 논란을 낳았다. 이동국, 김신욱, 손흥민, 지동원 등 국내와 해외파를 걸쳐 다양한 공격수들을 보유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홍명보호는 출범 이후 4경기에서 국내파 위주로 상당히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1골 밖에 넣지 못했지만 경기 점유율이 높아졌고, 아기자기한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가는 완성도가 높아졌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경험과 마무리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분명 발전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페루전 무득점에도 “선수들 활약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며 만족을 표한 이유다.
유럽파라고 해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손흥민은 아직 대표팀에서는 충분히 자리를 잡지 못했고, 지동원도 대표팀에서 골맛을 본 지 꽤 오래됐다. 박주영은 소속팀 문제로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경기감각 자체가 떨어져있다.
홍명보호 최대고민이 바로 최전방 원톱이라고 했을때 정작 유럽파 중에도 지금 당장 확실히 주전 자리를 꿰찬다고 장담할 만한 선수는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대표팀이 원하는 스타일에 녹아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더구나 이동국이나 김신욱 같이 K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홍명보호에서는 아직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단순히 유럽파가 없어서 골을 못 넣는다는 식의 평가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은근히 유럽파와 국내파의 실력차이를 단정 짓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이 유럽파나 특정 선수의 중용에 대해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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