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하야" "민주당 해체" 전쟁터 된 서울광장
<현장>보수단체-진보단체 물리적 충돌 없었지만 곳곳 언쟁
“12.19 부정선거 박근혜는 부정선거사범 내란 범죄자입니다.”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당의 제3차 국민보고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각종 집회와 거리행진으로 얼룩졌다. 또 보수-진보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과열된 집회 분위기와 경쟁적 선동행위로 서울광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보고대회와 촛불집회가 대선불복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내부에 입단속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주당 측은 이날 집회에서 ‘국정원 개혁,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외에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은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노력에도 불구, 한쪽에선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국정원 해체, 대선무효 소송 등을 주장했다. 민주노총 산하 학습지노조를 비롯한 진보단체 회원 50여 명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인사말 중 서울광장을 행진하며 “당선무효, 정권퇴진”을 외쳤다.
특히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측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을 땐 보수단체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 키워 음악을 틀고,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연설과 구호, 음악소리가 뒤섞이자 이곳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표정에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150여명 집결…물리적 충돌 없었지만 곳곳에서 언쟁
먼저 자리를 잡고 집회를 준비한 쪽은 민주당이다. 이날 오후 5시께 무대 점검을 시작으로 당 관계자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팩트TV, 국민TV 등 진보언론들은 천막을 치고 각자 제작한 유인물 등을 배포했다.
이후 민주당 측은 각 지역위원회 단위로 자리를 잡고 깃발을 세웠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이용자들과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팬클럽인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등도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광장 맞은편 덕수궁 앞에선 국정원을 비판하는 소규모 집회가 열렸다.
광장 한쪽에선 고 장준하 선생 38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간이 분향소가 설치됐다.
하지만 5시 50분께 본행사가 시작되면서 서울광장에는 온갖 집회가 난립, 시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시청에서 을지로 방향 횡단보도를 기준으로 어버이연합,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고엽제전우회 등 3개 보수단체 회원 150여명이 자리를 나눠 집회를 시작하고, 예정에 없던 진보단체의 거리 행진이 진행된 것.
이들 집회는 곧바로 보수-진보 간 갈등으로 변질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민주당 해체를 촉구하면서 과격한 발언을 내뱉자 진보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달려들어 욕설로 응수했다. 보수단체 측은 ‘빨갱이’ 등 원색적 표현으로 받아쳤다. 다만 경찰이 보수단체 회원들을 둘러쌌고, 더 이상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후 보수단체 측은 “촛불난동, 촛불좀비, NLL포기, 종북연합, 민주당 OUT”이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또 이날 촛불집회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 해체를 촉구했다. 발언 중에는 “꺼져라 좀비, 민주당 아웃”, “지랄 염병” 등 다소 과격한 표현도 다수 있었다.
한 회원은 최근 어버이연합 회원 3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전순옥 민주당 의원을 “개 같은 X”이라고 표현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 회원은 또 자신이 최근 민주당 고위공직자로부터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 경찰과 민주당이 짜고 뺑소니 사고를 쌍방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쪽에선 ‘민주당 운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모임’을 자칭한 시민단체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진보진영도 과격하긴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행사와 별개로 일부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와 국정원 해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열었다. 한 시위자는 “12.19 부정선거 박근혜는 부정선거사범 내란 범죄자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단체의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은 국민의례 중에도 일어서지 않고, 구호를 외치거나 개별적인 행동을 했다.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통합진보당도 본 집회가 시작된 7시 30분께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
김한길 대표가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른 6시께 집회 분위기는 최고조로 과열됐다.
민주노총 산하 학습지노조 등 진보단체 회원 50여명은 ‘당선무효, 정권퇴진’이라 쓰인 피켓을 들고, 김 대표의 연설 중 “국정원 해체,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광장 주변을 행진했다. 이들은 서울도서관 뒷길로 들어서 시계방향으로 행진하다 프라자호텔 맞은편에서 해산했다.
같은 시간 보수단체 측은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키워 노래를 틀었다. 순간 김 대표의 발언과 진보단체의 구호, 보수단체가 틀어놓은 노래 소리가 뒤섞이면서 서울광장은 난장판이 됐다. 서울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 끝나고 본 촛불집회가 시작된 오후 8시 현재 서울광장에는 5만여명(주최 추산)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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