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림픽 판세 격변 징후 ‘도쿄 급락’
도쿄 선두 질주 판세 급작스레 뒤집혀
방사능 오염 대두-마드리드 유럽 지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7일(한국시각)부터 10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125차 총회를 열고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올림픽 정식종목 확정, 그리고 신임 회장 선출 등을 진행한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 최종 후보도시는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등 3개 도시다. 총회 첫날인 7일 각각 1시간10분 동안 IOC 위원의 표심을 잡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첫 순서는 이스탄불(7일 오후 9시), 그 뒤로 도쿄(7일 오후 11시30분)와 마드리드(8일 오전 0시)가 프리젠테이션에 나선다.
IOC 평가위원회로부터 최종 평가보고 결과를 전해들은 IOC 위원들은 최종 프리젠테이션 내용과 평가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그 결과는 8일 오전 5시께 발표된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투표는 103명의 IOC위원의 무기명 비밀 투표로 진행되는데 이때 투표 당사국의 IOC위원은 투표에서 배제된다.
현재 일본과 터키가 각 1명, 스페인이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5명의 IOC위원은 투표권이 없다. 또 IOC 자크 로게 위원장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총 97명의 IOC위원들이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나서게 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49표)를 득표한 후보도시가 나오면 그대로 개최지로 선정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 도시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가장 적은 득표를 한 도시가 먼저 탈락하고 살아 남은 2개 도시를 상대로 2차 결선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이때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국가의 IOC위원은 나머지 2차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동안 일본 도쿄가 이번 유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을 내놓아 왔다. 당초 처음 유치경쟁이 시작될 당시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결고리로서 ‘이슬람 국가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이스탄불이 앞서나갔지만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와 정국 불안이 얽히면서 유치 경쟁력에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스탄불의 경쟁력 하락은 곧바로 도쿄의 선두 질주로 이어졌다.
일본은 1964 도쿄올림픽을 포함 1972 삿포로동계올림픽,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 등 두 차례 동계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등 초대형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한 풍부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충분한 인프라와 하드웨어, 그리고 경제조건 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마드리드는 최근 유로존의 경제위기와 맞물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개최 능력이 도마에 오르며 IOC 위원들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브라질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준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IOC 위원들의 입장에서 또 다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올림픽을 줄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
하지만 지난 2012년 대회와 2016년 대회 때 최종 도시에 올랐던 마드리드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으로 올림픽 개최 열망이 높고,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 상황을 올림픽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스페인은 물론 더 나아가 유로존 전체의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설득이 서서히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스페인은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82 스페인월드컵, 2014 농구월드컵 등을 유치하는 등 국제대회 유치 경험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IOC 제8대 위원장을 지낸 故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의 아들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 IOC 집행위원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어 무려 43명의 IOC 위원들을 보유한 유럽의 표를 끌어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의 판세는 ‘도쿄 선두 질주, 마드리드 추격, 이스탄불 경쟁력 상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치 경쟁 막판 대형 악재가 도쿄에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유출 사태가 바로 그것. 방사능 오염 문제는 유럽 IOC 위원들의 표심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소련(현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여파로 유럽 전역이 상당한 기간 방사능의 공포에 시달렸던 기억이 생생한 유럽 지역 IOC 위원들의 입장에서 방사능 피해 우려가 존재하는 일본에 자국 선수들을 보내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대책비로 500억엔(약 5480억원)을 책정한다고 발표했고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도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IOC 위원들은 의구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일본이 아베 정권 들어 노골적인 우경화와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면서 아시아 전역을 피로 물들였던 과거사에 대해 반성 대신 왜곡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는 태도에도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운동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여기저기서 상황 격변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언론 '엘 문도 데프로티보'는 "마드리드가 이미 50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50표는 1차 투표에서 게임을 끝낼 수도 있을 수준의 득표수다. 영국 언론 <허핑턴 포스트>는 "마드리드가 빠른 속도로 득표수를 늘리고 있다"는 IOC 관계자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기와 승부에 관한 한 최고의 ‘촉’을 자랑하는 유럽 도박사들의 태도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영국 배팅업체 ‘윌리엄 힐’은 지난 4일 도쿄의 배당률을 마드리드(4배)와 이스탄불(4.5배)보다 훨씬 낮은 1.57배로 책정해 개최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했지만, 불과 하루 만인 지난 5일에는 도쿄의 배당률을 2.375배로 높인 반면 마드리드의 배당률을 2.375배로 크게 낮춰 도쿄와 마드리드의 유치 가능성이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2020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 막판 판세는 ‘도쿄 급락, 마드리드 약진’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과연 간접적으로 감지되는 격변의 징후들이 실제 투표결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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