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반지' 약진에 MBC 보도국 흔들
지상파 방송국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방송사가 여타 케이블 채널과 구분되는 가장 확실한 부분은 보도국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예능 분야에서 확연한 족적을 선보이고 있는 CJ E&M 계열 케이블 채널의 경우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보도국이 없는 터라 뉴스 프로그램은 제작이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지상파 방송사에게만 허용됐던 뉴스 프로그램 제작 권한이 종편에게도 주어짐에 따라 종편 방송사 선정 과정이 그렇게 뜨거웠던 것이다. 방송국이 보도국을 갖추고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언론사로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방송사 입장에선 보도국을 중심으로 한 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느 방송가가 여권 성향이 강하고 어느 방송국은 야권 성향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 역시 그만큼 방송국 뉴스 프로그램의 여권 형성 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장 중시되는 뉴스 프로그램은 각 방송국의 메인 뉴스다. 과거에는 저녁 9시가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시간대였다. 지상파 방송사가 KBS와 MBC만 있던 시절 두 방송사가 메인 뉴스를 저녁 9시에 방영했기 때문.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SBS가 신설되며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8시로 정했다. 신생 방송사 입장에선 기존 KBS MBC와 9시 시간대에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MBC 역시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대를 8시로 변경했다. KBS 메인 뉴스인 'KBS 뉴스9'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게다가 종편 방송사들 메인 뉴스 프로그램들 역시 8시에서 10시 사이에 방영되면서 이제 9시가 각 방송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 방영 시간대라는 인식 역시 많이 달라졌다.
메인 뉴스의 시청률은 곧 해당 방송사 보도국의 힘을 보여주며 이는 여론 주도권의 파워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방송사마다 메인 뉴스 시청률 상승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 요즘에는 스타 앵커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누구를 메인 뉴스 앵커로 세우느냐 도 시청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방법은 메인 뉴스 시간대를 둘러싼 다른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MBC와 KBS가 9시 시간대에 메인 뉴스 경쟁을 벌이던 시절엔 메인 뉴스 프로그램 바로 앞에 방영되는 일일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뜨거웠다. 선호하는 일일드라마를 본 뒤 채널을 바꾸지 않고 해당 방송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메인 뉴스 방영 시간대가 달려져 각 방송사 일일드라마 방영 시간대도 달라졌다. 과거엔 MBC와 KBS가 8시 시간대에 방영하는 일일드라마로 정면승부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9시 시간대에 뉴스 프로그램을 다시 정면 승부를 벌이는 구도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가구에선 각 방송사의 일일드라마만 연이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구에서 어느 방송사이건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한 번은 본다는 가정 하에선 일일 드라마의 시청률이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메인 뉴스 '뉴스데스크' 방영 시간대를 8시로 바꾼 뒤 기존 8시 시간대 SBS 'SBS 8시 뉴스'에도 시청률이 밀리며 시간대 변경이 무의미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MBC는 최근 상당한 시청률 도약에 성공했다. 여전히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 뉴스9'에는 밀리지만 'SBS 8시 뉴스'에는 앞서는 시청률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청률 상승에는 역시 일일드라마의 힘이 컸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두 개의 인기 일일드라마로 감싸는 전략을 구사해 시청률 상승을 일궈냈다. 우선 '뉴스데스크' 시작을 앞두고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방영된다. 매번 막장 논란에 휩싸이곤 하지만 시청률 메이커로서의 저력이 확실한 임성한 작가를 내세워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진 KBS에는 밀리는 모습이다. '오로라공주'가 일일시청률 기록에서 평균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일일 시청률 평균 1위가 바로 KBS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이기 때문이다.
KBS 일일드라마는 수년 동안 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KBS 뉴스9'의 시청률 1위 수성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MBC '오로라공주'가 KBS '지성이면 감천'을 맹추격하면서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상승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게다가 MBC는 '뉴스데스크'가 끝난 뒤 'KBS 뉴스9'와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으로 MBC의 스테디셀러인 ‘허준’을 일일 드라마로 배치했다.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 역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적절히 'KBS 뉴스9'를 견제하고 있다. MBC의 야심작 일일드라마 두 편으로 '뉴스데스크'를 감싸는 전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계하기 KBS도 일일드라마를 두 편으로 늘리는 처방책을 꺼내 들었다.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 후속으로 막장 코드가 강한 일일드라마 '루비반지'를 배치한 것. KBS의 노림수 역시 통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루비반지'는 10.5%의 시청률을 기록(닐슨코리아 조사, 일일 전국기준)하며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이소연과 임정은의 페이스오프로 본격적인 막장 코드가 시작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파격적인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루비 반지'는 성격과 외모가 모두 다른 두 자매가 교통사고로 얼굴과 운명이 뒤바뀌는 '페이스 오프' 소재를 다룬 드라마다. 지난 4일 방송에서 비로소 페이스오프가 이뤄지면서 5일 방송에서 바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시청률 급상승 그래프만 놓고 보면 MBS '구암 허준'과 '오로라 공주'는 물론이고 같은 KBS의 '지성이면 감천'까지 뛰어 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KBS가 '지성이면 감천'과 '루비반지'로 일일 시청률 평균 1,2위를 독식할 경우 'KBS 뉴스9'의 독주 체제 역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KBS '루비반지'는 MBC와 SBS 8시 메인 뉴스 프로그램들과 동시간대에 방영된다. 지난 5일 방송을 기준으로 '루비반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MBC '뉴스데스크'(8.5%)와 SBS 'SBS 8시뉴스'(7.6%)를 제친 것.
MBC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오로라공주'의 경우 임성한 작가의 기대치에 비해선 시청률이 덜 나오고 있는 데다 잇따라 출연 배우 돌연 하차 논란 등으로 외적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조기 종영설까지 제기됐지만 당장 믿을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예정대로 10월 말 '오로라공주'가 종영하면 후속 일일드라마 구성도 고민이다.
'구암 허준'의 경우 연장 방영으로 종영 시점이 9월 말로 잡혀 있다. 후속 드라마로 '수백향'을 준비 중이다. 이재룡 서현진 서우 등을 내세운 '수백향'이 스테디셀러 '구암 허준'의 시청률을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KBS는 방영 초기부터 '루비반지'가 시청률 돌풍을 일으키면서 MBC의 일일 드라마로 메인 뉴스프로그램 감싸기 전략에 버금가는 일일드라마 두 편으로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앞서 이중 방어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과연 '루비반지'의 시청률이 얼마나 더 치솟을 지, 이에 대해 MBC와 SBS가 또 어떤 대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을 위한 일일 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 TV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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