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수사 계속되자 문재인-안철수 등 "신종 매카시즘" 비난
1995년 '베노나 프로젝트' 공개 "매카시 주장이 일부 옳았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착수되자 민주당까지 나서 “매카시즘 광풍”을 얘기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정권 때 이석기 의원을 가석방시킨 사실에 대한 비난을 염두에 둔 듯 12일 “10년 전 법절차에 따른 가석방과 복권도 종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신종 매카시즘 광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로 전날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 사태에 대해 “박근혜정부식 매카시즘의 초입에 있는 사건”이라면서 “비이성과 공포의 시대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안철수 의원 역시 12일 노무현재단 행사에 참석해 ‘이석기 사태’를 강력 비판하면서도 “통진당 사태를 민주당과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음모, 신종 매카시즘에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3년여간 RO조직원들에 대한 감청 등 증거를 확보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이란 점에서 1950년대 초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21일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법원의 압수수색과 체포·구속 영장이 나올 정도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뒷받침을 갖고 있다”면서 “헌정질서 문란으로 분류되는 중차대한 사안을 매카시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한마디 발언으로 공산주의자 색출을 위해 미 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열어 고위 공직자는 물론 언론계, 연예계, 노조 인사 등을 대상으로 공산주의 연계 여부와 간첩 혐의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매카시즘’과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다.
지금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매카시즘, 종북몰이란 주장 외에도 공개수사 시점을 놓고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야기된 국정원 개혁과 연계시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은 물론 검찰과 법원이 압수수색과 체포·구속 영장에 동의하는 등 사법당국 전체가 이번 사건 수사의 정당성과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며 “야권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이 의원 사건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국정원이 2010년부터 내사를 진행해오다가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은 수사 기법이자 절차상의 문제인데도 야권은 수사의 정당성에 앞서 시점을 문제삼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지난 대선 국면이나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 맞춰 공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국정원이 내란음모 등 범죄 혐의와 RO의 실체 등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공개수사에 나섰다면 논란에 휩싸여 수사 자체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그간 주시하던 RO 조직의 연락책이 잠적하고, 내부 조력자와도 연락이 두절되는 등 내사가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8월28일 전격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반대로 공개수사 시점을 늦추었다면 내란음모 가담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카시즘과 관련해선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시대 미·소간 기밀문서 일부가 공개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학계·언론계를 중심으로 재평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995년 미 국가안보국(NSA)이 소련의 암호교신을 도청했던 ‘베노나(Venona) 프로젝트’가 공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베노나 프로젝트에 따르면 1940년대 미국 내에서 소련의 광범위한 간첩 행위가 이뤄졌으며, 매카시가 지목했던 상당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실제 소련의 간첩이었거나 공산주의와 연계됐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당시 국무부 차관보였던 앨저 히스, 재무부 차관보 해리 덱스터 화이트, 소련에 원자폭탄 기술을 넘겨준 혐의로 사형된 로젠버그 부부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공개되면서 통진당 해체와 이석기 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물론 야권과 종북 세력간 무분별한 선거연대를 꼬집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이석기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71.8%가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통진당 해산’에 대해 61.7%가 찬성했으며, 아산정책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선 ‘이석기 제명’에 69.7%가 찬성했다.
관계자는 “1950년대 매카시즘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던 상당수 인사들이 소련 붕괴 후 소련과 실제 간첩이거나 공산주의자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매카시즘으로 몰아가는 것도 스스로가 종북세력임을 자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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