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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농구 드래프트 '반칙의 승리'


입력 2013.10.01 13:42 수정 2013.10.01 13:4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져주기' 의혹 논란 휩싸였던 구단들 의도대로 대어급 낚아

소급 안돼 사실상 이중 특혜..팬들에게 준 상처 망각

결국 대어급들을 손에 넣은 것은 지난 시즌 반칙과 꼼수로 ‘농구판 질서’를 어지럽혔던 문제의 구단들이다. ⓒ 연합뉴스

201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는 결국 '반칙의 승리'로 요약된다.

김종규·김민구·두경민 등 즉시전력감 대어급들이 즐비했던 이번 드래프트는 무려 1년 전부터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전력이 떨어지는 하위권팀들이 대형 신인 확보를 위해 일부러 낮은 순위를 노린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지난 시즌이다.

프로스포츠 생명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져주기' 의혹이 불거졌고, 몇몇 팀들은 노골적으로 불성실한 경기운영으로 일관했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경기에 팬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후폭풍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3 신인드래프트가 마침내 지난달 30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렸다. 국가대표팀을 통해 주가를 높인 김종규와 김민구 등 대어급들 행보는 농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결국 이들을 손에 넣은 것은 지난 시즌 반칙과 꼼수로 ‘농구판 질서’를 어지럽혔던 문제의 구단들이다.

지난 시즌 저지른 난장판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결국 원하는 대로 목적만 달성한 셈이다. KBL은 지난 시즌 일부 구단들의 져주기 의혹이 도마에 오르자 대안으로 현행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탈락팀 사이 추첨 확률 차이를 없애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것.

문제는 정작 변경된 제도의 올 시즌 소급적용을 미루면서 결국 논란을 일으킨 구단들만 내년까지 이중특혜를 누리는 모순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공정하게 최선을 다한 구단들만 역으로 손해를 보는 꼴이 됐다.

2013 신인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7~10위팀(동부·LG·KT·KCC)은 각각 23.5%(추첨볼 200개 중 47개씩 부여)씩 추첨 확률이 주어졌다. 최대어급이 몰린 1~4순위를 뽑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당연지시.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경기운영을 놓고 가장 말이 많았던 LG와 KCC가 보란 듯이 1-2순위를 휩쓸었다. 지난 시즌 유일하게 정직한 경기운영으로 6강 티켓을 따냈던 삼성이 1.5%의 낮은 확률을 뚫고 4순위를 얻어 가드 박재현을 지목한 것이 유일한 이변이었다.

기억보다 무서운 것은 망각이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면 과정은 점점 잊히고 결과만 남는다. 한 시즌 망치고 향후 10년 책임질 대어급들을 확보한 구단은 세간의 비난이야 어제의 일이고, 지금은 어찌됐든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농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하는 데는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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