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원땐 여직원 감금이 곁가지고 지금은 대화록 유출사건이 핵심?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에 대해 검찰이 신속히 수사해야한다.”
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를 두고 이 같은 주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4일 오전 충북도당 대회의실에서 이뤄진 최고위원회의에선 김한길 대표를 시작으로 “‘NLL대화록’에 대한 불법 유출 문제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민주당 의원들 또한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이러한 목소리는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사건의 핵심은 대화록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삭제됐는지에 대한 것인데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이를 인정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의 해명 과정에서 “최종본을 만들었으니 초본은 삭제하는 게 당연하다”, “수정본은 문맥이나 오타를 바로잡는 수준 정도였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검찰은 2일 발표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관용 외장하드,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 등에서 정식 이관된 기록물 중 대화록이 없는데다 이곳에서 대화록이 빠져나간 흔적도 없다고 했다. 대신 정상회담 직후 대화록이 청와대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에 등록됐다 ‘삭제된 흔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삭제된 흔적’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단 어떤 경위든 임의로 자료가 삭제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지원 프로그램에 문서 수정기능은 있지만, 삭제기능은 없다고 해왔다. 검찰은 또 초본과 최종본, 국정원본 중 최종본과 국정원본은 동일하지만, 이들과 초안은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현 사안에 있어 핵심은 ‘삭제된 흔적’이고, ‘대화록 유출’은 ‘곁가지’란 얘기다. 앞서 언급됐듯 관계자들은 ‘핵심’에 대해 인정하는 발언도 몇 남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핵심과 곁가지를 뒤바꾸려 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으로선 정치적 호재(好材)였다고 볼 수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과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태도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민주당 일부 관계자들은 여직원의 집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해당 여직원의 차량에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당시 이와 관련, “항상 본질이 중요하다…(차량 접촉사고는) 곁가지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그 여부만이 핵심이란 것이다.
국정원 사건 때의 원칙을 현 사건에 대입해보면 대화록을 어떤 이유에서든 건드렸는지 아닌지 그 여부만이 핵심이 된다. 즉, 이외의 것들은 정 고문의 말을 빌려본다면 ‘곁가지’가 된다. 쓸모없는 얘깃거리라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든 원칙은 같아야 하는데 민주당의 이런 원칙을 보면 아전인수 격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선 쉽게 풀릴 것도 더 꼬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