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검토에 우려 목소리
"순교자 만들지 말고 곰팡이는 햇볕에 말려죽여야"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면 제2의 통진당이 또 나온다. 그래서 척결이 아니라 고사시켜야 한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을 검토 중인 가운데 정당 강제해산이 아닌 “종북세력을 고사시켜야 한다”는 ‘고사(枯死)론’이 커지고 있다.
통진당 강제해산이 오히려 종북세력의 힘을 키워주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제2통진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고사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특히 전향 주체사상파(주사파) 출신 인사들과 우파 진영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재교 시대정신 대표는 ‘종북세력 고사론’에 대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논쟁과 토론을 통해 그들의 우매함을 지적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실상을 확인하게 하면 그들은 자연히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해산, 그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곰팡이는 햇볕에 나오게 해야"
이 대표는 “통진당 강제해산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며 “강제 해산은 단기적인 타격에 불과하다. 그로 인한 지지세력의 결집과 탄압에 대한 동정심으로 상쇄될 수 있다. 또 이름을 바꿔서 재창당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이석기 세력의 조직원을 철저히 색출해서 전원 엄벌하자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이들은 투사요, 순교자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음지로 밀어내면 낼수록 잘 크는 곰팡이처럼, 사상은 탄압하면 할수록 그 탄압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며 통진당과 종북세력을 ‘햇볕’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쓴 ‘평화’라는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면 시민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되면, 그들이 제2의 통진당을 만들든, 내란음모를 하든 막가파나 지존파 같은 폭력만 남은 존재가 될 뿐”이라며 “그러면 조용히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권의 대부로 통하는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도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석기처럼) 지도부가 검거되면, 정서적 유대가 생기기 때문에 종북세력을 와해하는 데 훨씬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며 “종북세력에 대한 투쟁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종북세력에게 또 다른 자양분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종북척결 대상과 분위기를 과도하게 키우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종북세력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는 종북세력을 사회각계각층으로부터 고립시켜서 격파해야 하는 기본 전략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종북 '싹 자르기' 아닌 '싹틀 토양' 만들지 말아야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1980~90년대 중반까지 젊은이들 상당수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동경했던 때가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했다. 여전히 남아 있던 이석기 그룹과 같은 극소수 종북세력도 이번 사건을 통해 그들도 결국 몰락하게 됐다”며 “결국 종북세력은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종북세력의 ‘싹을 자르는 것’이 아닌, ‘싹틀 토양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종북세력이 주장하는 자주, 민주, 통일과 각 주장의 논리적 허구성을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알려서 종북세력을 사상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사회의 진보가 낡은 이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렇다고 종북세력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며 “이념전쟁은 끝났다. 종북세력의 궁극적 목표인 한국사회가 북한식 사회주의, 아니 북한식 수령군사독재사회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0%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들을 비판하거나 그들을 두려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들을 고립시키고, 진보이론으로 자신을 은폐하고 북한 정권과 체제를 방어하는 이데올로기 가면을 쓴 이들의 가면을 벗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도전 응징의 결과 내년 6.4지방선거에서 나온다
통진당 ‘자연소멸’의 기로는 내년 6.4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당 분열은 진행 중이고, 정당 지지율은 1%아래로 떨어졌다. 이석기 사태로 인해 사실상 정치적 ‘소생불능’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한 주사파 출신 인사는 “통진당 세력 중에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 쓸려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돼, 각 지역 지자체에서 활동 중인 ‘통진당 이석기세력’이 6.4지방선거에서 90% 이상 낙선할 것”이라며 “이석기사태를 바라본 국민들이 선택을 할 것이고, 통진당은 자연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는 통진당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응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진당이 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따라 해산됐을 때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통진당 해체’에 목청을 높이던 보수진영에서도 한발 물러서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와 관련, 통진당에서 활동하다 최근 탈당한 한 인사는 “통진당이 나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욕을 먹고 등을 돌리게 한 것은 아직도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제해산시키면 재창당의 명분만 주게된다. 절대로 그렇게 해선 안된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서 소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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