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2인자?' 아사다는 휘태커가 아니다
4체급 석권한 전설 휘태커, 호야 그늘에 막혀 평가절하
아사다, 김연아 그늘에 가린 다수의 2인자 중 한 명
‘진짜 비운의 2인자’는 프로복싱 전설 오스카 델라 호야의 상품성에 묻힌 퍼넬 휘태커다.
호야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휘태커는 웰터급의 영원한 전설로 자리매김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방어를 퍼붓고 있다”는 명언을 낳은 휘태커는 천부적 재능에 비해 저평가 받은 비운의 천재 복서다. ‘현란한 방어’만으로 라이트급, 주니어 웰터급, 웰터급, 주니어 미들급 등 4체급 석권의 금자탑을 쌓았다.
수차례 정상에 올랐음에도 휘태커는 미국 복싱계에서 철저히 평가절하됐다. 특히, 불세출 천재 호야가 웰터급에 등장하자 당시 챔피언 휘태커는 순식간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97년 휘태커와 호야의 WBC 웰터급 타이틀전은 편파 판정 의혹으로 얼룩졌다. 당시 휘태커는 호야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호야의 전 세계적인 상품성은 심판진마저 흔들었고, 결국 호야의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선언했다.
설상가상으로 대전료 차등 지급 논란도 휘태커 자존심을 긁었다. 챔피언이던 휘태커가 59억 원을 받은 반면, 호야는 도전자 입장임에도 85억 받았다.
휘태커는 호야전 이후 미국 지역 언론을 통해 “복싱에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방황이 시작됐고 1999년 훈련 부족으로 펠릭스와의 IBF 타이틀전에서 패한 뒤 쓸쓸히 은퇴했다. 통산전적은 45전 40승(17KO) 1무 4패. 2001년 휘태커는 마약 소지 혐의로 경찰에 기소되는 등 추락을 거듭됐다.
미국 복싱계가 휘태커를 저평가한 이유는 “복싱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돈 킹 등 세계 복싱을 주름잡는 프로모터는 휘태커를 향해 “현란한 방어 퍼포먼스에 집중한다” “왜 펀치를 내밀지 않나? 시청자는 KO를 원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나 휘태커는 단 한 번도 복싱을 장난으로 여긴 적이 없다. 1984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기본’에 충실한 복서다.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릴 만큼 복싱의 정석을 보여준다. 팔을 턱 아래 바짝 괴는 성실한 방어 자세, 경이적인 동체시력이 바탕이 된 위빙과 더킹, 상대복서와 정확한 거리유지 등이 돋보였다. 단지 ‘펀치 파괴력’이 부족해 공격하는 시간보다 회피 시간이 길었을 뿐이다.
반면 휘태커를 밀어낸 호야는 박진감 넘치는 호전적 경기운영, 스피드에 체중을 실은 묵직한 연타까지 보유한 토털패키지다.
그렇다면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23)는 토털패키지 김연아의 타고난 재능과 상품성에 가린 비운의 2인자일까.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분야가 전혀 달라 비교가 어렵지만, 아사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가 아닌 데다,피겨에서 이룬 업적이 휘태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김연아가 없을 때 확실한 1인자로 등극할 만한 압도적인 기량을 갖추지 못했다.
피겨 평론가들은 아사다를 가리켜 점프에 목숨 건 반쪽짜리 기술파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아사다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 기술조차 정석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아사다는 지난 21일 미국서 열린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시리즈 1차 대회에서 우승(204.55점)했음에도 표정이 밝지 못했다. 트리플 악셀에서 또 회전수 부족을 지적받고 엉덩방아 찧었기 때문이다.
아사다가 비운의 2인자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적은 들쭉날쭉하다. ‘1인자’ 김연아가 당장 은퇴해도 아사다가 1인자 반열에 오른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아사다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대회에선 연거푸 우승했지만, 국제대회에선 2011년 세계선수권 6위, 2012년 세계선수권 6위에 머물렀다. 또 쇼트 연기와 프리 연기 성적의 편차도 심하다. 기본에 충실한 선수라면 실수횟수가 적고 성적 기복도 크지 않다.
아사다는 일본 언론의 표현처럼 ‘노력하는 천재’도 아니다. 불굴의 노력파임은 분명하지만, 천재와는 거리가 있다. 아사다의 노력 또한 효율적이지 못해서 문제다. 트리플 악셀의 경우, 기울인 노력에 비해 얻은 결과는 처참하다. 실전 성공률은 30% 이하다. 한 마디로 위대한 도전정신이 아니라 ‘쓸데없는 오기’에 불과하다.
트리플 악셀에 매진한 연습시간을 잘못된 발목기울기와 도약 점프 교정에 투자했다면 지금쯤 아사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비운의 2인자란 한 마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격언과 같다. 복싱 ‘4체급 석권’ 휘태커 위에 ‘6체급 석권’ 호야가 있었다. 편법 트리플 악셀로 무릎이 뒤틀리고 엉덩방아를 찧는 아사다는 조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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