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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지웠던 '오세훈 밑그림' 다시 그리나


입력 2013.10.31 16:48 수정 2013.10.31 16:55        이충재 기자

선거 앞두고 '따라하기' 비판 일어 "전임시장 탓하더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임시장 정책은 ‘안 된다’고 했다가 다시 자신의 정책으로 발표하는 전형적인 뒤통수때리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지워온 ‘오세훈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반토건’시정철학을 내세워 전임 시장이 추진한 각종 대형토건사업에 대한 제동을 건 박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덧칠작업이 한창인 것. 전시사업이라며 비판적이던 정책에 슬그머니 ‘박원순표’ 태그를 달았다.

전 서울시 고위 관계자 "전임시장 정책 뒤집기, 취임 후 계속돼"

특히 지난 25일 발표한 박 시장의 컨벤션 계획은 ‘오세훈 시정 베끼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에서 “2020년까지 전시-컨벤션 인프라를 현재보다 3배 늘리겠다”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역 북부 컨벤션센터, 도심 호텔, 고궁·청계천·명동 등을 묶는 ‘도심형 컨벤션 지구육성’계획을 내놨다.

이는 오 전 시장이 임기 첫해인 2006년 10월 9일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통해 발표한 ‘국제회의 중점 유치 세계5대 컨벤션도시로 집중 육성’계획과 같은 골자다. 새누리당에선 “오 전 시장의 사업안을 포장만 바꾼 것”이라고 했다. 전임시장의 대표적인 ‘전시행정’으로 낙인찍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컨벤션 계획의 중심에 놓는 등 “말 뒤집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에서 근무한 한 고위관계자는 “박 시장은 전임 시장의 정책을 처음에는 ‘안된다, 나쁘다’고 했다가 실제 시정을 해보니 맞는 것이면, 자신의 정책인 것처럼 돌리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박 시장이 취임 후 이어진 정책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저의가 무엇인가? 선거를 위한 포석 아니겠나!"

그는 “결국 전체적인 시정운영 파악을 하지 못하고, ‘오세훈 정책은 아니다’고 했다가 다시 필요에 의해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마치 자신의 정책인 마냥 발표하는 것은 전형적인 뒤통수 때리기 행태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시 출신 인사는 오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둥둥섬’ 등을 거론하며 “박 시장은 가만히 놔뒀으면 잘 굴러갔을 정책을 묵혀놓다가, 나중에 자신의 정책으로 만들고 있다”며 “저의가 무엇인가. 선거를 위한 포석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박 시장이 비판만 하다가 실제 행정을 해보니 (토목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고 싶다’더니 정말 한 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협의회도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은 오 전 시장이 이미 발표한 계획을 들고 나와서 자신의 계획인 것처럼 포장하고 재탕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컨벤션-관광 산업을 전시사업이라고 폄하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 전시-컨벤션을 핵심시설로 2011년 12월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박 시장은 취임 후 “시민 참여와 사업성이 부족하다”며 기존 추진 계획을 중단시켰다. 이에 협의회는 “박 시장이 공사 완공을 2년 이상을 지연시켜 놓고 이제와 컨벤션 시설화하겠다니 시민을 속여도 이럴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또 “한강의 세빛둥둥섬 역시 밀려드는 컨벤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수상 컨벤션 시설 용도로 추진되었으나 3년 동안 문을 닫고 폐가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 박 시장”이라며 “G20국제회의장으로 검토되기도 했던 대표적인 컨벤션 시설을 방치했던 박 시장이 임기가 촉박해서야 뒤늦게 컨벤션 운운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반토건'철학 속 토건정책, 부동산 표심 노린 회심의 카드

“아무것도 안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는 박 시장이지만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 한 인사는 “시장이 말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알아서 ‘선거용 정책’을 내놓는다”고 했다. ‘토건종식’을 선언한 박 시장이 ‘삽’을 매만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서울의 중도층 표심은 부동산 값으로 움직인다’는 선거의 공식에서 박 시장도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전철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시장이 경전철 사업추진 카드를 뽑자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박 시장 입장에선 잃을게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대규모 토목사업 추진에 비판의 날을 세워온 진보성향 언론과 시민단체 등도 ‘박원순표 경전철’에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경전철이 토목사업이 아닌 ‘시민의 발’이라며 교통복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각에선 ‘토건은 무조건 반대’라는 강성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민사회 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에게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된 ‘리더십’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도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다. 보수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말바꾸기를 해온 것이 문제지, 박 시장의 경전철 추진 자체를 반대하긴 어렵다”며 “박 시장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시정철학이 없고, 대선을 위한 과정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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