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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당사나 여의도당사나...' 민주당의 눈물


입력 2013.11.02 10:17 수정 2013.11.02 10:22        이슬기 기자

시청앞 천막당사는 접자니 아깝고 안접자니 실익 적고 계륵 신세

최근 이사한 여의도 당사도 "여긴 별거 없어요" 활용도 기대이하

민주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당사 시리즈’가 계륵(鷄肋)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당초 민주당은 서울시청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당사를 옮기면서 당 안팎의 ‘개혁’을 의도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생각보다 저조한 실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지난 7월31일부터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해 투쟁에 돌입했다.

이후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은 24시간 비상국회를 선언하며 원내로 복귀했으나 천막당사는 원내외 병행 투쟁이라는 의미로 유지됐다. 노숙을 하는 김한길 당 대표와 최고위원 및 당직자들이 5~6명씩 조를 이뤄 주야 2교대로 숙직을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31일로 92일째를 맞는 천막이 이른바 ‘계륵’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제 와서 천막을 접자니 고생한 것에 비해 실익은 적고, 계속 두자니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고 있어서다.

노숙 66일차로 접어든 김 대표와 지도부들이야 국정감사 등의 일정으로 지방에 내려가기도 하면서 천막을 벗어날 수 있지만 당직자들은 꼼짝없이 천막을 지키며 쪽잠을 자야 하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이들은 초겨울 추위를 견디며 노숙을 하고 있다.

천막당사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모른다. 지도부에서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계속 할 예정”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한 당직자는 격앙된 어조로 “박 대통령의 불통이 우리를 여기로 내몬 것”이라면서도 “근데 나는 (천막당사) 당장 그만뒀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명분을 줘서 서로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그런 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생하는 걸 국민들이라도 좀 알아주시면 좋겠는데. 기자들이라도 좀 관심 갖고 기사를 많이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이다. 변화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 “국감 때문에 많이 바빠서 지금은 당직자들이 교대로 자고 있다. 국감 끝나고 나야 다시 다 같이 합류할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낮췄다.

추위보다 더 힘든 무관심 "저게 뭐에요? 아예 몰라요"

이날 정오 무렵 천막당사 안에는 시민 서너명을 비롯한 당직자 15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그러나 천막 앞을 지나는 시민들이 경우 민주당이 천막 농성을 하는 이유는 물론 천막당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0대 여성 박모 씨는 ‘저 천막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뭐하는 건가”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시청 도서관을 종종 들른다는 박 씨는 “정치꾼들 저러는 거 안 좋아 보인다”라며 “시민들한테 이미지도 안 좋고 외국인들 보기에도 무슨 데모꾼으로 보일 거 아닌가. 맨날 저렇게 벌여놓고...”라고 말했다.

도서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30대 여성들은 “시청엔 거의 안 온다. 애들 유치원에서 행사가 있어서 왔다”면서 역시 “천막? 저게 뭐냐. 아예 모른다”고 답했다.

민주당에서 국정원 개혁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는 중이라고 설명하자
이들은 “뭐 대충 그런 거 한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저게 그 천막인지도 몰랐다”면서 “아무튼 모르겠다. 관심 없다”고 웃어 넘겼다.

반면 한 당직자는 “시민들이 종종 오셔서 물도 마시고 쉬다 가기도 한다. 여기 들어와서 시민 몇 분이 상담도 받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그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천막에)사람 없어 보인다고 하는데 그거야 잠깐 자리를 비울 수도 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여기 사람이 있다 없다, 많다 적다보다 노숙하는 의미가, 민주주의가 지금 위기니까 그에 대한 확답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관심 밖의 여의도 당사, 활용도 기대 이하

민주당의 여의도 당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9월 1일 기존의 영등포 당사를 뒤로하고 여의도에 위치한 대산 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특히 새 당사는 기존 영등포 당사의 10분의 1 수준인 127평, 상주 인원도 100명 이하로 대폭 축소됐다. 이전의 ‘호화 당사’논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해 실속과 검소한 이미지를 구축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김한길 대표가 말하는 당사의 개념은 그야말로 당의 실무를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된 것”이라면서 “당사 규모가 크다 작다보다 당사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잘 하고 있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의원들조차 당사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감 등 일정이 바빠 아직 들르지 못했다고는 하나 국회에서 도보로 1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라 핑계가 궁색해 보인다.

민주당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이전을 시도했으나 관심에서 밀려난 가운데 활용도에 대한 안타까움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여의도 당사는 두 개 층을 쓰고 있으나, 총무국과 조직국 등 5개 부서가 위치한 10층 외에 12층은 당대표실과 평가감사실만이 오른쪽 복도 끝을 차지하고 있다. 총무국을 제외한 각 방은 대부분 5개도 채 되지 않는 칸막이용 책상으로 채웠으며 복도는 두 사람이 드나들기에도 불편할 만큼 좁지만 다니는 사람이 얼마 없어 적막함만 가득했다.

특히 기자가 만난 직원들은 모두 “여긴 별 게 없다”라며 대답해줄 것도 없다는 듯 웃어 넘겼다.

총무국의 한 직원은 “여기서는 별로 이뤄지는 게 없다. 원래 여긴 사람이 많이 없어서 여기선 취재하실 것도 없을 텐데...”라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문이 굳게 잠긴 사무부총장실을 지나 평가감사실에서 만난 한 직원은 “많이들 안 계신다”는 질문에 “여긴 뭐 없어요. 10층 가보셨나? 사실 거기도 별거 없는데”라며 “차라도 한 잔 드려야 하는데 차 한 잔 대접할 응접실도 없어요”라고 웃었다.

새누리 "불법점거 천막, 벌금 내며 당직자만 고생"

10·30 재보궐 선거 패배로 연거푸 쓴 잔을 마시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천막이 ‘반성의 부재’로 비추지 않을까 방향 설정을 신중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완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새누리당은 천막당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천막당사 불법점거가 90일이 넘었다”면서 “하루 16만5000원씩 벌금을 내는 천덕꾸러기이자 계륵이다. 국회로 걷혀야 할 천막에 애꿎은 당직자만 고생”이라고 비난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어 “앞으로 국회에서 할 일이 산더미같은데 이미 떠난 국민의 관심이 천막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라고 지적하며 “도심경관을 해치는 천막을 걷어내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7월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6회에 걸쳐 민주당에 변상금 고지서를 발부해 총 1172만1720원을 부과했다고 31일 밝혔다.

또한 이달 안으로 지난 16일부터 31일까지의 변상금 264만9000원을 민주당에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당사를 설치한 3개월 간 민주당이 조례에 따라 사용 신고를 하고 서울광장을 점유한 기간은 7일 6시간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과된 사용료는 167만8400원이며 그 외의 변상금과 사용료는 완납됐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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