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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아프다"고 말해 "아프다"고 쓴게 오보?


입력 2013.11.12 11:17 수정 2013.11.12 11:23        조소영 기자

<기자수첩>이정희 대표가 삭발 안하는 이유 기사가 팩트가 아니라니...

지난 9일 오후 12시 40분경,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이었다. 그는 기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무거운 목소리로 “내가 우려한대로 기사가 나왔다”고 말한 뒤 이날 출고된 기사제목을 문제 삼았다. "통진당 이정희만 삭발 안한 이유는? '아파서...'"란 기사였다. 홍 대변인은 “팩트(Fact·사실)가 틀렸다”면서 제목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본보는 이정희 당대표를 제외한 또 다른 인사들 중에서도 삭발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 ‘만’은 삭제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아파서’가 걸렸다. 그는 8일 기자와 만났을 당시를 언급하며 “이 대표가 삭발을 하지 않은 이유로 몸이 아프다고 적은 것은 틀린 것”이라는 취지로 ‘팩트고수론’을 펼쳤다.

몇 번의 전화와 신경전이 이어졌다. 본보는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다고 반박했고, 홍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결국 홍 대변인은 “우리 측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른바 ‘취재거부’ 통보를 한 것이다. 통화는 종료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오후 1시 32분,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조금 전 기자와 통화한 이유 등으로 진보당은 '데일리안'과 취재관계 유지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감입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받으실 수 없으며 전화응대 또한 어렵습니다. - 진보당 대변인 홍성규.’

명확한 ‘취재거부’ 통보였다. 통진당에 출입기자로 등록된 ‘데일리안’ 기자 모두 이 문자를 받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돌아보기 위해 지난 8일 홍 대변인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홍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한 뒤 바깥에서 잠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후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당시 기자와 홍 대변인 간 대화내용이다.

기자 :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대표가 삭발할 때 왜 같이 안했느냐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홍성규 대변인(이하 홍성규) : “다른 건 없고, 이전에 몇몇 언론에 나왔던 것처럼 실제로 작년, 올해 거치시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으세요.”

기자 : “그러게, 진짜 어디 편찮으시다고 그러더라고요.”

홍성규 : “그게 언론에 나왔던 것처럼 양방이나 이런 걸로 잡히지 않고, 한방으로는 어떤 뭐, 흔히 동양에서 얘기하는 심리적인 문제 관련한, 워낙 충격을 많이 받으셨고, 어려운 일을 겪으셨고, 이번에도 대표를 건강문제 때문에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당이 어려운 상태라 맡으신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있고, 그리고 그날도 겹쳤었죠, 10시에. 10시에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그래서 일정 두 개를 바로 다 하시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다른 건 없습니다.”

기자 : “의원회의나, 총회에서, 의총 같은데서 이거(삭발식)는 그러면 우리가 하는 걸로 하자고 정해서….”

홍성규 : “의원단에서 하는 거니까요. 왜냐하면 그게 의원들끼리, 의원단에서 알아서 그런 게 아니라 당 전체적으로 의원단에서 하는, 의원단에서 의총 내에서 논의하는 게 있을 거고, 당내에서 의원단 삭발하는 게 있을 거고. 그날은 국회의원단 삭발이잖아요.”

기자 : “그러니까요. 의원으로 이제 한정을 해서 이렇게….”

홍성규 : “네, 네.”

기자 :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홍 대변인은 9일 기자와의 통화 내내 ‘팩트’를 원했다. 이 내용이 답이 됐으면 한다. 만약 이 또한 홍 대변인이 원한 ‘팩트’가 아니라면 앞으로 기자는 어떤 기사를 어떻게 써야하며, 언론사는 어떤 제목을 붙여야할까.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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