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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딩노예?' 김신욱 진화가 박주영에게 준 교훈


입력 2013.11.19 09:59 수정 2013.11.19 10:5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김신욱, 헤딩 노예 오명 벗고 전천후 원톱 가능성

4개월 만에 업그레이드, 3년째 벤치 박주영도 변해야

김신욱(오른쪽)의 진화는 박주영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는 오랫동안 공격수 부재라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19일 러시아전을 앞두고 있는 홍명보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출범이후 5개월에 이르는 기간 최전방 공격수가 터뜨린 골은 전무하다. 골 가뭄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부각된 존재가 바로 박주영(28·아스날)이다.

박주영은 정작 홍명보호에는 한 번도 승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 전성기 대표팀에서 선보인 활약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박주영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최근 A매치 대표팀 소집과 경기 때마다 현장에도 없는 박주영 발탁여부가 기자회견의 단골메뉴가 됐을 정도다.

올 시즌 아스날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박주영은 컵 대회에만 교체출전으로 한 번 이름을 올렸을 뿐, 리그 경기에는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 박주영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는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발탁하지 못한 이유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박주영을 일단 대표팀에 불러들여 경기 감각을 회복시킨 뒤 돌려보내자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제대로 출전도 못하고 있는 박주영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판타지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국축구의 대형 공격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주소였다.

하지만 스위스전을 치르고 난 뒤에는 박주영에 대한 얘기는 현저하게 줄었다. 모처럼 박주영의 빈자리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김신욱(25·울산 현대)의 재발견 덕이었다. 스위스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이날 보여준 김신욱의 경기력은 그동안 그를 둘러싼 장신공격수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김신욱은 그에게 따라붙던 '헤딩노예'라는 조롱을 무색케 하듯 본업인 포스트플레이는 물론이고 최전방과 2선을 부지런히 넘나드는 폭넓은 움직임과 정교한 트래핑-패스능력을 과시하며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홍명보 감독이 그토록 원하는 전천후 원톱의 역할에 가장 근접했다.

무엇보다 김신욱의 '진화'는 안정된 자신만의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김신욱은 올해 K리그 득점왕이 유력하다. 소속팀 울산은 김신욱을 중심으로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도 K리그 우승이 유력하다. 충분히 실력과 플레이스타일이 검증된 성인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하면서 절치부심했고, 스스로 더 발전하는 길을 택했다. 스스로의 성장과 월드컵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명보 감독도 "몇 달 사이에서 선수의 기량이 갑자기 늘기는 힘들다"고 지적하면서도 김신욱의 노력과 발전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스위스전이 끝나고 나서는 "제공권은 물론이고 테크닉도 훌륭했다"는 극찬으로 바뀌었다.

김신욱의 성장과 진화는 대표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확실한 주전공격수를 구하지 못했던 대표팀은 김신욱이 헤딩머신 이상의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하나의 훌륭한 대안을 확보했다. 주전과 비주전을 떠나 196cm의 장신에서 오는 제공권과 파괴력은 대표팀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다. 여기에 김신욱이 머리뿐 아니라 발로도 대표팀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하면서 홍명보호는 김신욱의 활용도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김신욱의 약진은 잠재적인 대표팀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박주영에게도 자극이 될 만하다. 김신욱, 손흥민, 이근호 같은 자원들이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아갈수록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에 대한 미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김신욱 같이 끊임없는 노력과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개척하는 선수들의 사례는 기존 동료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된다.

동료와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월드컵을 향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을 동안 박주영은 벌써 3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재능이 아무런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노력하는 선수를 넘어설 수는 없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존재가치를 발휘할 때만이 선수다. 소속팀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영광 같은 것은 지금 현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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