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전문가들 "제2 롯데월드는 비행장 위에 전봇대"


입력 2013.11.19 11:08 수정 2013.11.19 11:20        김아연 기자

아이파크 충돌사고 계기 "층수 조정 검토해야" 한목소리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발생한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충돌 사고의 원인파악을 위해 블랙박스 분석 등 원인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삼성동 헬기충돌 사고로 관계당국이 항공안전대책 수립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2016년 완공예정인 ‘롯데슈퍼타워’ 제2롯데월드와 같은 초고층건물의 항공기 충돌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헬기 충돌사고가 발생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102동)는 46층 건물로, 이를 포함한 서울 시내의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총 322곳에 달한다. 이 중 5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은 16곳이며 제2롯데월드를 포함하여 현재 공사 중인 초고층건물도 3곳이다.

군사시설인 성남서울공항과 잠실 헬기선착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강남구(8개)와 송파구(1개) 등 지역에 자리 잡은 초고층건물은 주로 주상복합단지인 경우가 많아 ‘제2의 삼성동 헬기충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인명사고의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삼성동 헬기충돌 사고의 불똥이 제2롯데월드로까지 튀어 ‘롯데슈퍼타워’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잠실역 인근에 건립중인 제2롯데월드는 지하 5층-지상 123층(555m)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제2롯데월드는 건축허가를 받기 이전부터 항공 안전 문제로 인한 공군의 강한 반대가 있어왔다. 잠실 지역은 한강과 인접해 있어 지난 16일처럼 안개가 자욱이 끼는 날이 잦고, 이로 인한 항공기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건축허가를 감행했다.

지상123층 잠실 제2롯데월드…"층수 조정문제 다시 검토해야"

항공관련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재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서울공항 비행장에서 약 5.5km 거리에 불과한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항로를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헬기는 시계비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비행고도도 상대적으로 더 낮고, 헬기의 운항과 관련한 규제도 사실상 없어 사고 위험도 크다.

군 관계자들도 “제2롯데월드와 같은 도심 속 초고층건물이 활주로 인근에 자리 잡을 경우, 조종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 공군 관계자는 “성남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의 거리는 전투기 주행속도로 봤을 때 1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전투기가 롯데월드와 같이 높은 빌딩을 뒤늦게 발견해 급선회를 시도한다고 해도 충돌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발생한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충돌 사고 여파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제2롯데월드는 이미 건축허가가 났지만, 층수 조정문제는 국민안전과 국가안위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위원은 건축허가 당시 전문가와 국민들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불과 2년 전 군관제사 85%가 ‘(항공기) 충돌위험이 있다’고 진술했음에도 이는 묵살 당했다”며 “확실한 안전 방안이 마련되고 국가안위 방안이 해결될 때까지 허가된 층수를 완공하지 않고 잠정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세계적으로 (제2롯데월드와 같은) 위치에 초고층 건물이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제2롯데월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2롯데월드는 높이보다 비행기가 이륙, 착륙하는 항로 옆에 위치한 것이 더 문제”라며 “건물 때문에 공군 활주로를 3도 튼 사례도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비역 공군 중령 출신의 김성전 조종사는 “제2롯데월드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비행장에 전봇대를 세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씨는 19일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 “전 세계적으로 부수구역에는 장애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지금 제2롯데월드는 바로 그 부수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층수 조절을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제2롯데월드의 층수 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현재 제2롯데월드만큼 위험한 곳은 없다”며 초고층건물이 들어선 지역을 비행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은 이번 헬기 충돌사고의 여파가 제2롯데월드로 향한 것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인허가 단계부터 항공 안전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반영됐고, 현재 이번 일과 관련한 대응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및 항공관련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층수 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제2롯데월드 말고도 초고층 건물은 이미 즐비하다”고 일축했다.

헬기 운항관련 규제 무실…블랙박스 분석 등 사고원인 조사만 6개월

이번 사고 이후 헬기운항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제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헬기 운항과 관련한 규제는 ‘인구밀집지역이나 고층건물이 많은 도심 중앙으로는 운항을 자제하라’는 정도의 권고사항만 있을 뿐이었다.

국토부는 사고 발생 당시 “국내법상 시계비행을 하는 항공기에 대해 정보를 알려 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국토부는 또한 올 연말까지 총 33개의 헬기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현황 △조종사 교육훈련 △안전 매뉴얼 관리 여부 △정비의 적절성 여부 등을 점검하는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으로 밝혀진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며, 헬기 안전 강화 대책을 포함한 항공안전종합대책도 수립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항공사고와 관련한 시 차원의 재난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울 도심 내에 위치한 헬기장과 488개소의 건물 옥상 헬리포트의 관리-이용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김포, 잠실, 팔당댐 등 주요 헬기장에 기상상황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를 설치해 서울지방항공청에서 관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한 제2의 아이파트 헬기 충돌사고를 선제적으로 막는 차원에서 올 연말까지 항공에 장애가 되는 서울 시내 고층건물 159곳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할 방침이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아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