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날개’ 이대형…이종범 84도루 넘볼까
KIA와 FA 계약 체결하며 11년 만에 고향 입성
타격감만 조율한다면 이종범 84도루 경신 시간문제
프로야구에는 이른바 ‘금단의 구역’이라 불리는 영원불멸한 기록들이 있다.
프로원년 백인천의 4할 타율(0.412)을 비롯해 장명부의 한 시즌 30승,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선동열의 통산 평균자책점(1.20) 등의 대기록은 프로야구가 100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들 대부분의 기록들은 프로 출범 초창기인 80년대 이뤄진 금자탑이다. 90년대로 넘어오며 본격적인 현대식 야구가 시작됐고 ‘역대급 대기록’은 그야말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4년 이종범의 한 시즌 최다 도루(84개)와 2002년 이승엽의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이종범의 도루는 19년째 그 어떤 선수들도 아성을 넘보지 못하는 기록이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이듬해 롯데 전준호(69개)이며, 이종범 역시 일본 진출 직전 64개를 훔치며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 해묵은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 선수가 등장한다. 바로 최근 KIA와 FA 계약을 맺은 이대형이다.
KIA는 지난 17일 이대형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원, 옵션 2억원 등 총 24억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부진으로 인해 원소속팀 LG와의 우선 협상 시 입장 차가 뚜렷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이대형이다.
자칫 FA 미아가 될 수 있었던 이대형이 KIA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규를 붙잡지 못해 톱타자감이 요원한 상황에서 4년 연속 도루왕(2007~2010)의 빠른 발은 KIA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이대형은 초중고(서림초-무등중-광주일고)를 모두 KIA의 연고지인 광주에서 나와 지역색과도 어울리는 선수다.
도루 하나만 놓고 볼 때 이대형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주자임에 틀림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종욱을 비롯해 이용규, 정근우, 김주찬 등 내로라하는 준족들이 등장했지만 도루왕을 두 번 차지한 현역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이대형의 존재감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대형은 역대급 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도루왕 4회의 기록은 김일권(5회)에 이은 역대 2위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종범, 정수근과도 타이 기록이다. 여기에 올 시즌까지 개인 통산 379도루를 훔쳐 이 부문 역대 4위에 올라있다. 만약 건강한 상태서 기대만큼의 기량만 선보인다면 KIA와의 계약기간 내에 통산 도루 1위인 전준호의 550개를 돌파할 수 있다.
관건은 역시나 그의 방망이와 눈이다. 주루능력 만큼은 비범한 재주를 보였지만 평균 이하의 방망이 콘택트와 선구안으로 1번 타자 가치 면에서 평가 절하된 이대형이다. 심지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논할 때 ‘이대형 3할 치는 소리’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하지만 그는 광주일고를 졸업한 지 11년 만에 고향팀에 안겼다. 광주는 그에게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이대형은 안방으로 쓰던 잠실과 대전 구장 다음으로 광주 구장서 가장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특히 2009년 9월 19일 광주 원정에서는 한 경기 5도루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1993년 이종범의 한 경기 6도루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타격과 선구안만 가다듬는다면 4년만의 도루왕 복귀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할 타율도 필요 없다. 이대형은 2010년 타율 0.261에 그치고도 개인 최다 도루인 66개를 기록한 바 있다. 과연 고향팀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될 이대형이 도루전설 이종범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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