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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는 지들이, 국민 등골 빼?" 전기료 인상 격분


입력 2013.11.21 15:44 수정 2013.11.21 16:00        김아연 기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분 터지는 상황…설득 부재

정부가 21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과소비' 현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대란과 원전비리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1일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5.4% 올랐다. 올해 1월 전기요금이 평균 4.0% 인상된 지 10개월만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수도, 가스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이 봉”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용은 6.4%, 주택용 2.7%, 일반용(빌딩-상업시설용) 5.8% 등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평균 이상으로 인상해 전기 다소비 산업구조를 개선시키고, 주택용은 최소 수준으로 요금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대피크 전력을 80만kW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금인상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틀 만에 당장 월마다 납부해야 할 요금이 늘어난 국민들은 ‘서민들 등골만 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데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공분의 목소리도 컸다.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A 씨(25·여)는 “주택용 전기요금 오르고, 산업용 전기요금도 6.4% 인상하니 물가도 당연히 오를 텐데 그건 또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아니냐”며 “서민들이 짊어질 부담만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전력공사가 전기수요 예측을 번번이 실패하고, 원전 비리로 설비 가동까지 중단시켜놓고는 전력난 책임을 왜 국민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다”며 “전력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은 정부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했다.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직장인 B 씨(34)도 “원전 비리의 대가를 왜 국민들이 치러야하냐”며 전기요금 인상을 비난했다.

B 씨는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 구멍 난 혈세를 메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 대처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과의 충분한 합의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부는 공공요금을 올릴 테니 국민들은 돈을 내라”는 명령식의 발표가 국민들의 더 큰 공분을 불러왔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국민여론은 “전력대란이 국민 탓이냐”, “불량원전 만들어놓고 도리어 뻔뻔하게 돈 내놓으라는 격이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이지”, “경기도 안 좋은데 줄줄이 이어질 물가 상승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등 대체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대란’ 해결 위해 불가피"

정부는 이번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방안을 통해 전력 과소비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대란’의 원인으로 꼽히는 값싼 전기요금을 인상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전기를 덜 쓰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달러당 267Wh보다 70%나 높은 479Wh로 나타났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이 과도하게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반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의 평균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OECD의 가정용 전기요금 평균 가격은 ㎿h당 169.9달러였으나 우리나라는 전체 평균의 절반 가량인 93.1달러였다.

이번에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해 전기절약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들로 꾸려진 ‘에너지시민회의’는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필수적이지도 않은 곳에서의 전기낭비가 심하다며 OECD의 평균 전기요금 수준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시민회의는 “우리나라는 전기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전기요금은 OECD 평균 전기요금의 절반가량에 그쳐 매우 싸다. 그러다보니 1인당 전기소비는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시민회의는 이러한 값싼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성장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시민회의 관계자는 다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올 겨울만 겨냥한 단기적인 전력수요 관리나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해소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왜곡된 에너지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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