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박 대통령, 경제 행보 다시 '성큼'
정치는 국회에 맡기고 민생 '올인', 4일 하루동안 경제일정만 3개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지난 3일 4자회담에서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청와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가 제자리를 찾은 건 정기회 개회 3개월여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시급한 예산 심의에 착수하고, 특히 경제 활성화와 직접적으로 매우 관련이 있는 예산 부수법안들에 대한 심의를 조속히 시작해 국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고 원하는 바람에 잘 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황찬현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특히 새누리당이 지난달 28일 황 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민주당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2일 여야 대표·원내대표 간 4자회담이 성사됐으나 박 대통령이 같은 날 황 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을 정식 임명하면서 정국은 다시 얼어붙었다.
여야는 3일 회담에서도 양특(국가기관 대선개입 특별검사,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내년도 예산안 처리,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등 각종 정치현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여야는 밤 늦은 시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국정원 개혁특위, 정치개혁특위,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빠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15개 중점법안 처리에 주력할 방침이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의 잇따른 파행으로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 내년도 예산안의 연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앞서 박 대통령은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정치권에 예산안, 법안 처리를 요청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을 대변하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예산과 법안에 대해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해 제때 통과시켜줘서 어려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정연설에서 외투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들의 기대효과를 언급하며 “이런 법안들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한다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정치는 국회에 맡긴다는 분명한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민생엔 여야가 따로 없고, 정부와 국회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를 비롯해 민생과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선 앞으로도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가 지난 3일 합의하지 못한 국정원 특검의 경우, 박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와 상관없이 국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에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회가 본격적으로 정상화한 4일부터 곧바로 경제 행보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 참석했던 박 대통령은 오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그룹 총재를 잇달아 접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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