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복싱' 디아즈 형제, 레슬링 장착했다면..
디아즈 형제, 체구·인상·기량 판박이 ‘정상권 접근’
강력한 좀비 복싱 비해 레슬링 아쉬움..도약 걸림돌
UFC 웰터급과 라이트급서 활약 중인 '형제 파이터' 닉 디아즈(30·미국)-네이트 디아즈(28·미국)는 좀비 복싱으로 악명이 높다.
깡마른 체구에 긴 팔과 다리, 그리고 오기로 똘똘 뭉친 얼굴까지. 머리 스타일만 다를 뿐 둘은 쌍둥이처럼 판박이다.
사실 형제 파이터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 무릴로 '닌자' 후아-마우리시오 ´쇼군´ 후아, 발렌타인 오브레임-알리스타 오브레임, 맷 세라-닉 세라, 랜스 에반스-라샤드 에반스, 제이슨 구이다-클레이 구이다, 신조 마치다-료토 마치다, 레이건 펜-BJ 펜, 조 로존-댄 로존 등 다 나열하기 숨이 가쁠 만큼 많다. 하지만 이들은 형제간 업적과 기량 차이가 뚜렷하거나 파이팅 스타일이 달랐다.
그런데 닉과 네이트는 모든 면에서 흡사하다. 각자 자신의 체급에서 중상위권 강자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뛰어난 펀치테크닉과 주짓수를 무기로 입지를 굳혔다. 경기 중 도발을 서슴지 않는 악동 근성에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난타전을 벌이는 캐릭터라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전가의 보도 '좀비복싱'
디아즈 형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좀비복싱'이다. 중장거리에서 계속 주먹을 휘두르며 전진하는 좀비 복싱은 얼핏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쉴 새 없이 펀치만 내지르기 때문이다. 정교한 복싱 테크닉도, 무시무시한 한 방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디아즈 형제의 스탠딩 압박은 상대에게 심한 공포를 가한다. 반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거듭하며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전법은 상대의 리듬을 깨뜨리고 질리게 만든다. 고미 다카노리-비제이 펜 등 스탠딩 타격의 강자들도 진흙탕 난타전에서 두 손을 들었을 정도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펀치를 가할 때 다른 한 손은 방어동작을 취하지만 디아즈 형제는 예외다. 주먹을 뻗는 순간에도 벌써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 본능이 끓는다. 상대가 펀치공격을 한 번 할 때 두세 번 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탄탄한 내구력과 배짱이 필요한 파이팅 스타일로 디아즈 형제가 아니라면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디아즈 형제는 바디샷에도 능하다. 이들은 안면 쪽으로 주먹을 내는 틈틈이 바디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가하며 상대의 데미지를 축적시킨다.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 지능적으로 게임을 풀어간다.
디아즈 형제의 좀비복싱은 걸리면 모두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중간거리 펀치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얼핏 은퇴한 척 리델과 스타일이 약간 겹치기도 한다. 리델 타격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그의 펀치에는 이른바 '잔매'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파이터들의 펀치가 '견제'와 '카운터'가 확연히 구분되는 반면, 리델의 쭉쭉 뻗는 주먹은 모두 카운터로 연결된다. 이는 리델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먹에 맞아도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심지어 뒤로 물러서거나 옆으로 빠지면서 터뜨리는 주먹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어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리델은 디아즈 형제처럼 무식하게(?) 싸우지는 않았다. 맷집이 좋은 편이지만 막 들이대는 편도 아니었고 되도록 자신은 맞지 않으면서 때리는 것을 선호했다. 펀치도 상대적으로 아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타이밍을 잡아 카운터를 치는 등 양보다는 질로 승부했다.
그러나 디아즈 형제는 '좀비는 직진이다’는 말처럼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거침없이 걸어 나가 쉴 새 없이 주먹을 날린다.
강점-약점 뚜렷한 고집쟁이 악동들
디아즈 형제의 좀비복싱은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이들에 의해 분석됐다. 그만큼 수없이 많은 파훼법이 있지만 막상 실전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술수행능력이 좋은 상위권 강자들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디아즈 형제의 허점을 노려 승리했다.
라이트급 챔피언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26·미국)는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네이트와 일전을 벌이고 싶다”고 밝혔다. 팬들을 위한 화끈한 승부를 벌이고 싶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뻔하다.
다양한 킥이 장점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상대성에서 손쉬운 상대와 경기를 펼치고 싶은 것.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은 네이트인 만큼 이름값은 낮고 기량은 높은 다른 까다로운 도전자들에 비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페티스 다운 여우같은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부담스러운 상대들을 빼고 쉬운 상대만 찾는 모습이 과거 프라이드시절 호제리오 노게이라-히카르도 아로나를 제외하고 일본인 파이터들을 지목한 반더레이 실바가 떠오른다.
그만큼 디아즈 형제의 파이팅 스타일은 강점-약점이 너무도 뚜렷하다. 디아즈 형제는 수준급 레슬러와 킥에 능한 타격가에게 약하다. 디아즈는 ‘스턴건’ 김동현과의 승부에서 경기 내내 마치 감전된 사람마냥 옥타곤 바닥에서 부르르 떨었다. 김동현은 틈만 나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후 그라운드에서 포지션 싸움을 이끌어냈고 닉을 꾹꾹 눌러 놓아 특기를 발휘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전천후 파이터인 카를로스 콘딧은 닉과의 정면 타격전을 피한 채 빠른 스텝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포인트 싸움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동생 네이트를 상대했던 조쉬 톰슨(35·미국)은 타격전에서 좀비복싱을 어떻게 무너뜨려야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도발에 아랑곳없이 냉정함을 유지한 채 스텝을 밟으면서 원거리에서 로우킥을 차다가 네이트의 펀치 사정거리 에 들어오면 바싹 붙어서 강하게 잔펀치를 마구 쏟아내며 클린치를 잡아버렸다.
펀치를 피하고자 어설프게 물러서면 타 선수들보다 더 긴 사정거리에서 당할 수 있으니 원거리-근거리를 확실히 잡고 중간거리를 철저하게 주지 않는다. 물론 타격가 입장에서도 이러한 옵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그라운드 방어능력은 겸비해야 한다. 반쪽 타격가 같으면 디아즈 형제의 주짓수가 신경 쓰여 제대로 공략법을 실행하기 어렵다.
디아즈 형제가 레슬링을 장착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공격적으로 클린치나 테이크다운 시도를 할 수 있으면 상대는 펀치뿐 아니라 태클도 경계해야 하고 장기인 서브미션도 더 잘 통할 수 있다. 당연히 펀치의 위력도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굳이 공격적인 레슬링이 아니라 테이크다운 디펜스만 현재보다 강했더라도 승수는 조금 더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확실한 장점 못지않게 약점도 뚜렷한 좀비 형제들 닉과 네이트, 비록 정상에 서기에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이들이 있어 팬들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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