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오로라공주', 임성한 작가의 마지막 히든카드는?
"'오로라공주'는 마지막회 방영 하루 전까지 대박이네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인터넷 포털 게시판 댓글>
막장 대사, 개연성 없는 설정 등으로 방송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20일 150회를 끝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오로라공주'는 방송 전부터 '왕꽃 선녀님', '보석 비빔밥',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임성한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정호 PD는 "이번 작품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경쾌하고 즐거운 사랑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로라와 황마마 가족을 통해 가족이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역시나 막장이네"라는 허탈한 실망으로 금새 바뀌었다.
시청자들이 '오로라공주'를 막장으로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배우들의 연이은 중도하차다. 극 중 오로라의 아빠인 변희봉이 죽음으로 하차하는 것을 시작으로 손창민 박영규 오대규 임예진 서우림 등에 이어 '애견' 떡대까지 아무런 예고 없이 증발해버렸다. 급기야는 타이틀 롤을 맡은 남주인공 오창석까지 사고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들이 연이어 하차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배우들이 출국이나 죽음으로 하차할 때마다 누리꾼들은 "임성한 작가의 다음 타깃은 누구냐" "오로라만 살고 다 죽는 거 아니냐" "무서운 데스노트"라며 맹비난했다.
두 번째는 연장 방송 논란이다. 당초 120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30회가 연장돼 150부로 종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임 작가의 요구로 50회를 더 연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임 작가의 원고료가 50억에 이른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을 통해 드라마 연장 반대 및 임 작가의 퇴출 서명 운동을 진행했고, 당시 각종 논란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던 MBC 측은 여론이 걷잡을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결국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세 번째는 대사 논란이다. '오로라공주'는 임 작가의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황당한 대사가 많이 나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혈액암에 걸린 설설희(서하준 분)가 한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설희는 지영(정주영 분)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항암 치료는 받지 않을 거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다. 암세포도 생명이다. 내가 잘 못 살아서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당시 '오로라공주 암세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전 남편, 현 남편과의 기묘한 삼각관계, 동성애자의 이성애자 전환설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개와 억지 설정 등으로 '막장의 끝'이라 평가받았다.
종영까지 1회 남은 상황에서 작가는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오로라의 아기 아빠가 누구냐는 것.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을 끄집어 낸 것이다. 전 시누이들이 "우리 핏줄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정작 오로라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임 작가는 그동안 작품에서 "운명"이라는 단어를 많이 써왔다. 방송 초반 오로라가 처음 마마를 만날 때도 "우린 운명이에요"라고 했고 마마가 죽고 난 뒤에는 스님의 말을 빌려 "원래 짧게 살다갈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오로라와 아기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마지막 운명은 20일 임 작가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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