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제트기류와 다르빗슈 '대망의 2014'
잭팟 안겨준 텍사스, 홈구장도 타자친화형 구장
기존 탄탄한 마운드에 필더 등 타선 보강 ‘WS 대망론’
드디어 추신수(31)의 종착역이 결정됐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22일 오전(한국시각),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단 1억30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이 눈길을 끈다. 계약 규모는 메이저리그 역대 27위에 해당하는 잭팟이다. 역대 외야수 중에서는 매니 라미레스-맷 켐프-제이코비 엘스버리-칼 크로포드-알폰소 소리아노에 이은 6번째. 당당히 메이저리그 역대 특급 외야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종전 최고 연봉은 2007년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맺은 5년 9000만 달러. 박찬호가 2011년 텍사스와 5년 계약하면서 받은 6500만 달러(약 689억 원)의 2배다.
텍사스 구단 역대 FA 계약으로도 2위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다. 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즈를 영입할 때 10년 2억5200만 달러가 텍사스 구단 역대 최고액이고, 엘비스 안드루스를 영입할 때 8년 1억2000만 달러가 두 번째였다. 이번에 추신수가 안드루스를 3위로 밀어낸 셈이다.
'주(州)세 제로' 보라스 탁월한 선택
추신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뉴욕 양키스의 '7년 1억4000만 달러'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보다 1000만 달러가 더 많지만 사실상 추신수가 받는 실제 연봉은 텍사스 쪽이 더 많다. 결정적인 이유는 주(州) 소득세다.
뉴욕은 주 소득세율이 8.82%인 반면 텍사스는 없다. 미국에서 주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구단은 류현진이 속한 LA(캘리포니아주)의 13.30%이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추신수는 이치로보다 약 9%, 류현진보다 13% 이상 실수령액이 높다는 얘기다. FOX스포츠 켄 로젠탈은 뉴욕에서 1억4700만 달러를 받아야 텍사스의 1억3000만 달러와 실수령은 같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의 귀재 보라스가 뉴욕을 거부한 금전적인 이유는 바로 주 소득세율의 차이였다.
추신수가 1억30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지만 사실상 거의 절반은 세금과 제반 경비로 나간다. 미국 연방 소득세율 39.6%에 주세, 그리고 에이전트 비용 5%, 매니지먼트 비용 3% 등 모두 합하면 추신수가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절반 수준. 주 소득세율 13.30%의 류현진은 더욱 심각하다.
추신수 또 다른 친구 '제트 기류'
금전적으로 텍사스를 택한 이유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 구장인 레인저스 볼파크를 홈으로 쓴다는 사실. 투수들에겐 무덤, 타자들에겐 천국인 두 얼굴의 구장이다. 박찬호에겐 무덤이었지만 추신수에겐 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수와 타자에겐 반전의 파크 팩터가 존재한다.
추신수와 이젠 라이벌이 아닌 동료가 된 다르빗슈 유 역시 레인저스 볼파크의 제트 기류(Jet Stream) 탓에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반면 추신수는 제트 기류에 편승,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홈구장의 제트 기류는 좌측 외야에서 불어온 강풍이 내야 스탠드에 부딪혀 우중간으로 빠져나가는 상승 기류다. 우중간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구조다.
추신수가 텍사스의 고온 건조한 날씨와 허허벌판의 강풍이 만들어낸 제트 기류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지난 6월 30일 닉 테페쉬로부터 기록한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 바로 레인저스 볼파크의 제트 기류로 나온 438피트(약 134m)짜리 장거리포였다. 이미 검증된 셈이다. 천재 보라스가 그 홈런을 잊을 리 만무하고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은 그 장거리포에 매료됐을 가능성이 높다.
추신수가 올해 기록한 최장거리 홈런이 바로 레인저스 볼파크서 나온 것이다. 결국, 추신수와 보라스는 연봉과 타자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 됐다. 팬들과 언론의 성화에 힘겨울 뉴욕보단 원군텍사스 거주 한인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적보단 아군이 많은 알링턴이 추신수에겐 유리하다.
다르빗슈와 한솥밥 'WS 재도전'
텍사스는 추신수가 원하던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후보군에 속한다. 하락세에 빠진 양키스보다 프린스 필더를 영입, 추신수와 더불어 화력을 보강한 텍사스가 우승권에 더 근접했다.
기존의 이언 킨슬러를 디트로이트로 보내고 필더를 데려왔다. 올 시즌 텍사스 리드오프였던 킨슬러를 내보낸 자리에 추신수를 영입하고, 클린업 자리에 필더를 보강한 텍사스의 선택은 탁월하다. 떠나간 2루수 자리는 신예 유망주 주릭슨 프로파가 맡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텍사스 내야는 1루 프린스 필더-2루수 프로파-3루수 아드리안 벨트레-유격수 엘비스 안드루스로 구축이 가능하다. 외야는 화이트삭스에서 웨이버 트레이드로 이적한 우익수 알렉스 리오스가 좌익수로 이동하고 추신수가 우익수, 중견수는 레오니스 마틴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NL 출루율 2위(0.423)에 오른 추신수가 리드오프로 나서면 2번에는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안드루스, 그리고 클린업의 필더와 벨트레가 받치는 텍사스의 라인업은 짜임새가 탄탄해진다. 텍사스는 킨슬러-조시 해밀턴의 득점 방정식을 버리고 추신수-필더의 새로운 공식을 선택하게 됐다. 기존 조합보다 훨씬 강력한 득점 방정식이 구축될 전망이다.
올 시즌 출루율이 4할을 상회하는 타자가 전무한 텍사스였기에 4할 출루율, ‘20-20’ 추신수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화력이 재정비되면 다르빗슈가 이끄는 마운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다르빗슈 유, 데릭 홀랜드, 맷 해리슨, 마틴 페레스, 알렉시 오간도 등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한 텍사스는 타격의 정교함과 장타력은 물론 주루와 수비에도 능한 추신수를 발판으로 다시 월드시리즈를 겨냥하겠다는 복안이다. 텍사스 현지 언론이 벌써부터 월드시리즈 재도전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시작한 이유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지만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에 나란히 분패했다. 추신수 영입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재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추신수가 한일 라이벌이었던 다르빗슈와 한솥밥을 먹고 월드시리즈 도전에 투타의 핵으로 나서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 어제의 적에서 이제는 동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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