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에 출루율 높은 좌타 추신수 보강으로 '짜임새'
월드시리즈 우승 재도전 전력 구축..추신수 구심점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추추트레인' 추신수(31)의 종착역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22일(한국시각), 추신수가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27위, 외야수 중 6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종전 최고 연봉은 2007년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맺은 5년 9000만 달러. 박찬호가 2011년 텍사스와 5년 계약하면서 받은 6500만 달러(약 689억 원)의 2배다.
추신수에게 텍사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4번째 메이저리그 팀이다. 추신수가 이전에 몸담았던 다른 팀들과 비교할 때 텍사스는 상대적으로 한인사회의 규모가 더 크고 정상권에 근접한 팀이라는 게 강점이다.
뉴욕이나 LA보다는 덜하지만 텍사스에는 댈러스를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와 네트워크의 한인사회가 형성돼있다. 텍사스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투수 다르빗슈 유도 있지만, 5~6일에 한 번 등판하는 선발투수보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타자 추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한국팬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4년 연속 90승 이상을 기록한 강팀이다. 추신수가 원했던 우승 전력의 팀이다. 타고투저 성향이 강한 아메리칸리그 소속이고 타자친화적 구장인 레인저스볼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팀 평균자책점이 3.62(아메리칸리그 4위)에 불과할 만큼 마운드도 견고하다.
하지만 아직 우승의 감격은 누리지 못했다. 2010년과 2011년, 두 해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도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시즌에는 91승을 수확했지만 오클랜드에 밀려 AL 서부지구 2위에 그쳤다. 신시내티에서 짧게나마 포스트시즌의 맛을 경험한 추신수에겐 텍사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보겠다는 도전의식도 동기부여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신수는 텍사스 입단을 검토하면서 팀 전력은 물론 마이너리그 팜시스템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당장의 전력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강팀으로서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도 톱타자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텍사스는 올해 출루율 0.323으로 아메리칸리그 전체 15개구단 중 7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올 시즌 15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5(569타수 162안타) 21홈런 54타점 112볼넷 20도루를 올렸다. 특히, 출루율은 0.423으로 내셔널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한 출루머신이다. 텍사스가 추신수를 간절히 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추신수가 합류하면서 당초 톱타자를 맡았던 넬슨 크루즈는 시애틀로의 이적이 유력해졌다. 또 다른 톱타자 대안으로 꼽히던 레오니스 마틴이나 주릭슨 프로파를 하위타선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한층 짜임새 있는 타선 구축도 가능해졌다.
추신수가 톱타자를 맡을 경우, 테이블세터를 형성할 파트너로는 유격수 앤드루스(2013시즌 타율 0.271. 42도루)가 유력하다. 물론 추신수가 언제든 20홈런-20도루를 소화할 수 있는 장타력과 준족을 겸비해 중심타선으로 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비 포지션에서는 다소 변화를 예상한다. 추신수는 데뷔 이래 주로 우익수로 활약했지만 지난 시즌 신시내티에서는 팀 사정상 중견수로 활약했다. 텍사스의 주전 좌익수는 알렉스 리오스, 중견수는 레오니스 마틴이 있고, 좌익수가 비었다. 미국 현지언론에서는 추신수가 다음 시즌 좌익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익숙한 포지션은 물론 우익수다. 추신수는 팀내 외야수 최고연봉 기록을 세우며 영입한 특급 선수다. 추신수 의중에 따라 외야 포지션의 연쇄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