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물음표' 한화…반면교사 2012
2012시즌 뜨거운 보강에도 꼴찌로 돌아서
스타 몇몇 활약 아닌 팀 조화로 이뤄내는 승리 필요
올 겨울 가장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낸 팀은 단연 한화 이글스다.
'FA 대어' 정근우-이용규를 손에 넣은 것을 비롯해 팀내 FA들과도 모두 재계약에 성공하는 등 발빠른 행보와 적극적인 투자로 오프시즌 큰 손으로 떠올랐다. 3명까지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구성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있다. 2014시즌 한화의 객관적인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보강이 당장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지난 2012년 시행착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대화 감독이 이끌던 한화는 일본서 복귀한 김태균이 합류했고, 원조 메이저리거 박찬호까지 가세했다. 에이스 류현진도 건재했다. 중심타선과 선발진에 확실한 구심점들이 생겼고, 유망주들의 성장까지 더해지면 4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꼴찌였다. 전 시즌 6위를 기록했던 성적은 8위로 돌아왔다.
당시에도 기대를 모았던 주축 선수들은 모두 자기 몫은 했다.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김태균도 시즌 중반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할 만큼 선전했다. 박찬호는 부상으로 후반기 주춤하기 전까지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담당했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 활약과 별개로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몇몇 뛰어난 선수들의 개인 활약이 반드시 팀 전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1시즌의 한화는 류현진을 제외하고는 특출한 스타가 없었지만 그해 리그 최다역전승과 연장전 불패기록을 이어갈 만큼 저력 있는 ‘언더독’이었다. 객관적인 팀 전력은 떨어져도 승부처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뒷심과 끈질긴 승리욕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2시즌의 한화에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초반에 점수 차가 벌어지면 힘 한 번 못쓰고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몇 스타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반면, 팀으로서의 응집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1시즌과 2012시즌의 간극은 곧 팀과 개인의 격차였다. 2011시즌의 한화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 '야왕' 신드롬을 일으킨 한대화 감독이었을 만큼, 한화는 특정한 선수보다 팀의 저력으로 관심을 받았다.
2012시즌에는 일본무대에서 복귀한 김태균과 박찬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일본서 성공하고 돌아왔다고 하기 어려운 김태균은 무려 15억이라는 최고액 연봉자의 반열에 올랐다. 김태균의 활약 여부를 떠나 기존 국내 선수들로서는 박탈감을 느끼기 충분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팀내에서 위화감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류현진이 한화 에이스 시절 국내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10년에도 역시 한화의 팀 성적은 꼴찌였다.
한화는 올 시즌 FA로 영입한 정근우(4년 70억 원), 이용규(4년 67억 원)를 잡는데 지난해 류현진의 포스팅금액으로 비축했던 자금을 거의 쏟아 부었다. 2년 전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의 투자다. 기동력과 전술수행 능력이 뛰어난 테이블세터진을 확보함에 따라 득점력 향상과 활발한 주루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하지만 야구는 결코 몸값 비싼 몇몇 선수들만으로 가능한 운동이 아니다. 기존 국내 선수들은 고액연봉자들을 보며 거리감을 느낄 수 있고, 스타플레이어들은 그들대로 몸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한화의 가장 취약점이 타선보다도 오히려 마운드 강화에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직 한화의 다음 시즌 반등은 물음표다.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이용규는 올 시즌 빨라도 5월 이후에나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할 전망이고, 정근우도 최근 하락세라는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상할 때 빈자리를 메울 벤치선수들의 역할과 조화가 더 중요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한 경기에 들어설 수 있는 타석은 4~5회,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3~4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기 어렵다.
한화가 다음 시즌 필요한 것도 몇몇 스타선수들의 기록상 활약이 아니라, 팀의 조화로 빚는 승리의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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