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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통일은 대박" 유행어로 대박 조짐?


입력 2014.01.12 11:02 수정 2014.01.12 11:08        조소영 기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에 이어 정치권 떠나 가장 많이 회자

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 발언이 정치권 안팎으로 회자되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통째로’ 오른 이 문장은 이후 네티즌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OO는 대박”으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에는 “대통령의 격(格)에 맞지 않고 자칫 북한에 흡수통일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경솔한 발언”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발언”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눈길을 끌기 위해 일부러 ‘대박’이라는 용어를 고른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만큼 야당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해당 문장을 활용해 박 대통령을 비꼬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한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통일대박, 특검면박, 소통반박 기자회견”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일대박’이라는 워딩(말)은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특검 주장은 면박주고, 소통 요구에는 반박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0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무작정 통일을 한다고 해 대박은 아닐 것”이라며 “준비된 통일은 한반도에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급에 ‘준비되지 않은’이라는 조건을 단 “통일은 재앙”으로 대응한 것이다.

반면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8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대단히 잘한 말씀”이라고 박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더 적극적인 평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나도 ‘통일은 초대박’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분단은 쪽박”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의도 유행어’를 꽤 만들어낸 바 있다.

대선이 있던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그해 1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주장한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정치권에선 “참 나쁜 OOO, 참 좋은 OOO”란 말이 한동안 떠돌았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학살’을 당한 후에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병 걸리셨어요?”도 유명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2011년 9월 당시 인천 남동구 고용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기자들이 ‘안풍(안철수 바람)’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여기까지 와서 그런 질문은...”이라고 받아쳤다. 한 기자가 다시 대동소이한 질의를 하자 박 대통령은 위와 같이 답했다. 이후 여러 번 질문을 하는 이에게 한동안 이 문장은 농담조로 쓰였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은 누구 작품?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 유행어’의 원조다.

1988년 민주정의당(민정당)을 거쳐 민주자유당(민자당) 등에서 4년 3개월간 대변인을 지낸 그는 당시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등 현직 대변인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자주 활용하는 말을 만들어냈다.

‘정치 9단’은 정치인의 정치력을 초단부터 9단까지 있는 바둑의 단위(段位)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박 전 의장은 1989년 12월 5공화국 청산 문제를 풀기 위해 노태우 대통령과 야당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총재가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대통령과 세 분 총재는 모두 ‘정치 9단’의 입신(入神)의 경지에 있다”면서 이 말을 썼다.

그는 또 1990년 3당 합당(민정당(노태우)·통일민주당(김영삼)·신민주공화당(김종필))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해선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을 썼다.

자신에게만 이로운 해석을 한다는 뜻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은 1996년 총선 직후 국민회의가 여당인 신한국당이 과반수를 채우기 위해 무소속을 영입하는 과정을 비판하자 그에 맞서 국민회의가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을 영입했던 사실을 꼬집으면서 나왔다.

아울러 최근 야권에서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든 ‘종박(從朴·친박근혜)’이란 말도 인기를 모았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여야 당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인 협의체’ 구성이 결론나지 않는 것은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문제는 집권여당이 주장하는 종북(從北)의 문제가 아닌 종박의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른바 ‘종박’은 친박계를 비꼬는 단어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세간의 화제가 된 단어인 ‘북한을 추종한다’는 뜻의 ‘종북’에 박 대통령의 ‘박’을 넣어 만든 말이다. 전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 이후 ‘종박’은 정치권, 특히 야당이 즐겨 쓰는 말이 됐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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