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후 '통일은 대박' 혹 김정은 붕괴 가능성?
전문가들 "체제붕괴 논의될 수 있어도 급변사태 시기상조"
일부 국내언론 "정부 긴급회의" 보도에 통일부 "사실무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그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과 함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국제공조’ 움직임도 포착돼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은 장성택과 측근들의 숙청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북한 내 대대적인 권력 지형의 변화로 인한 내부 갈등 및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한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이런 흐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구상 발표 및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이후 북한체제 급변을 전제로 한 통일담론으로까지 번져 정부와 정치권, 민간을 가리지 않고 더욱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과 중국이 김정일 사망 이전인 2009년에도 북한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사태’를 논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체제 붕괴와 관련한 설(說)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의 체제 붕괴 변수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면서도 급변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문연구위원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체제 붕괴설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아직까지 김정은 체제가 붕괴를 확증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북한의 급변사태는 북한 엘리트 집단의 쿠데타나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났을 때 가능한데, 현재 그런 정황이 포착되지 않을뿐더러 진행되더라도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사안인 만큼 이를 확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최근 장성택 처형과 관련, 김정은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세력들이 겉으로는 당국에 충성을 다짐하지만, 물밑에서 쿠데타를 모의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진행이 되더라도)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즉,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가능성은 다각도로 논의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추측’에 매몰돼 북한 붕괴 및 통일담론을 운운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북한 급변사태 ‘설’은 난무하지만 전문가들 “아직은 시기상조”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도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등 ‘공포정치’를 내세우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북한 내부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또 다시 이 같은 공포정치가 되풀이 된다면 북한 엘리트들 일부에서는 분명히 김정은의 폭군정치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반드시 군과 같은 무장세력과 연결고리가 있어야만 쿠데타가 가능하다”며 “과거 우리의 12·12사태와 마찬가지로 현재 북한 체제에서는 체제 전복,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반드시 무장세력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하지만 북한 당국도 당분간 불안정한 내부정세를 다지기 위해 장성택 숙청과 같이 무자비하게 간부들 숙청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지금 당장 벌어지기 보다는 향후 김정은의 행보에 따라 일부 엘리트 세력에게 개혁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지 정부가 다각도의 가능성을 열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성택 처형 이후 지난 6일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국내외 언론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따른 통일담론 보도를 쏟아내자 정부가 사태수습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국내 언론은 정부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7일 북한 전문가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고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들과 함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현재 외교안보부처 장관들이 김정은 정권이 곧 붕괴될 것으로 판단해 이를 청와대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해당 보도와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해당 회의를 개최한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도 내달 말 시작되는 한·미 연합 키 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을 두고 앞서 일부 언론이 한·미 해병대가 최근 북한 급변사태 등을 대비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한다고 분석한 내용을 반박했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KR·FE 연습은 전면전에 대비해서 한·미 간 지휘절차와 전투수행능력을 숙달하고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연례적인 훈련”이라며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어떤 특정사안(급변사태 등)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급변을 전제로 한 통일담론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향후 북한 당국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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