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 있나' 9개구단 소방수 경고음?
불펜 비중 커지는 추세에도 특급 마무리 현저하게 줄어
오승환 일본행..손승락-봉중근 외 확실한 마무리 카드 없어
스프링캠프에서는 다음 시즌을 대비한 각 선수들의 주요 보직이 결정된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가장 결정을 내리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직이 바로 마무리투수다. 선발은 4~5자리 가운데 하나라 선택의 폭이 넓다. 타순은 매 경기 유동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마무리는 그렇지 않다. 마무리는 팀의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역할이다. 아무에게나 맡기기도 어렵고, 결정을 내리면 쉽게 바뀔 수도 없다. 현대야구에서 불펜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추세에서 마무리는 핵심이다. 마무리 구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팀의 전체적인 마운드 운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감독들은 투수진을 구성할 때 1~2선발보다 오히려 마무리를 먼저 낙점한 뒤 순차적으로 마운드 운용을 펼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벌떼야구’ 트렌드를 유행시킨 김성근(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마무리는 감독이라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자리다. 최고의 구위를 지닌 투수가 있다고 해도 마무리 적합 여부는 올려봐야 안다. 투수들에게 압박이 큰 보직이라 선발투수로서 잘 뛰다가도 마무리 경험이 부족한 선수에게 맡기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프로야구가 최근 들어 불펜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추세와 대조적으로 정작 믿을만한 전문 마무리투수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만 해도 팀마다 확실한 마무리투수 1명 정도는 보유했지만 최근에는 리그 전체를 살펴봐도 위압감을 주는 마무리가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블 스토퍼나 그 이상의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프로야구는 부동의 마무리 넘버원으로 꼽히던 ‘끝판왕’ 오승환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절대강자가 사라지면서 특급 마무리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넥센·46S)과 2위 봉중근(LG·38S)의 양자구도가 유력하지만 이들을 보유한 두 팀을 제외하면 마무리가 안정적인 팀은 많지 않다.
가장 타격이 큰 팀은 아무래도 오승환이 떠난 삼성이다.
전통적으로 불펜이 두꺼웠지만 10년 가까이 부동의 마무리로 활약해온 오승환의 빈자리를 메우긴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셋업맨 필승조 역할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안지만이 유력한 대체 1순위로 지목되는 가운데 심창민-차우찬 등도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지난 시즌 마무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KIA는 과감하게 다시 한 번 외국인 마무리 카드를 꺼냈다. 볼티모어 트리플A에서 5승28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한 하이로 어센시오는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마무리투수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업했다. 지난해 앤서니 르루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두산과 롯데는 유경험자들 위주로 안정지향을 택했다. 최근 2년간 선발로 전업했던 이용찬이 마무리로 복귀하는 게 유력하다. 롯데는 지난해 좋은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성배가 있고, 유사시 우완 최대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무한 경쟁을 예고한 NC는 마무리 후보가 상당히 많다. 베테랑 손민한에서부터 임창민, 이민호, 김진성, 윤형배 등 다양한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꼴찌에 머문 한화는 전천후 계투 송창식이 마무리 1순위로 거론된다. 송창식은 사실상 지난 시즌 무늬만 마무리 투수였을 뿐, 연투와 중간계투 등판으로 20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의 과도한 혹사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위험도 있다. 불펜이 약한 한화는 단지 마무리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확고한 필승조를 구축하는 게 더 시급하다. 송창식이 1이닝 마무리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한화 불펜 운용의 관건이다.
마무리 기용문제로 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사례도 있다. 바로 SK다. 이미 박희수라는 마무리 대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만수 감독이 좌완 에이스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엇갈린 반응을 자아냈다.
선발 10승이 가능한 데다 올 시즌 이후 해외진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김광현을 무리해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는 게 장기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보직상 성공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광현이 마무리 보직에 안착한다면 셋업맨에 최적화된 박희수와 함께 SK 불펜의 무게를 한층 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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