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 Be There]스위스를 찾는 이유 '알프스'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 루트를 짜게 된다. 평소에 가보고 싶은 곳을 우선순위로 정한 후 동선과 비용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한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평소에도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지만, 유럽은 우선순위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발달한 선진국보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쁜 현대인의 모습보다 여유롭고 인간미 넘치는 개도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행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아니 어쩌면 필연적으로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고 우선으로 여행할 국가를 선정했다. 그중에는 ‘스위스’도 포함돼 있었다. 스위스를 포함한 이유는 단 하나 ‘알프스’ 때문이다.
나에게 알프스는 깨끗함, 아름다움의 대명사 정도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스위스는 꼭 가고 싶었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융프라우와 리기를 놓고 고민했다. 다음 일정과 조율해 결정한 곳은 루체른에 있는 리기산이었다.
루체른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방문했다면 리기산을 보러 온 것이 틀림없다. 루체른에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알프스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리를 타고 피츠나우라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유레일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페리는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층은 유레일패스 1등석 소지자만 올라갈 수 있다. 나는 나이로 인해 2등성 패스를 구매할 수 없어 1등석 패스를 소지하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간다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리 오랜 시간 이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실외에서 스위스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피츠나우에 도착하면 빨간색 등산열차를 타고 리기산의 정상인 리기 쿨룸으로 올라가게 된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라도 등산열차 티켓은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루체른에서 페리를 탑승하기 전에 구입할 수 있다.
눈 덮인 알프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유럽여행 중 폭설이 한 번 내린 적이 있는데 그때 쌓인 눈이 녹지 않은 것이었다. TV로만 봤던 알프스를 실제로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 아이처럼 창밖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알프스를 색이 비유하면 흰색이라고 생각한다. 알프스의 이미지에는 눈 덮인 흰색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리기산은 내가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양옆으로 설경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로 열차가 올라가니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잘 오르던 열차가 갑자기 중간에 멈추었다. 밖에 나가보니 눈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직원 두 명이 열차 앞부분의 선로에 쌓인 눈을 치운 후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알프스라고 해 대단한 사람들이 여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옆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배낭여행하는 젊은 학생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알프스는 대단한 여행지가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친숙한 곳이었다.
설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알프스의 정상을 감상하려던 찰나,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변해버렸다. 알프스는 아무 때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상의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는데 그 날이 하필 내가 알프스에 오른 날이었다. 안타까웠지만 정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리기산의 중턱인 리기 칼트바트로 하산하기로 했다. 리기쿨룸에서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거리로 하산하다 보니 안개가 걷혀서 하늘이 선명해졌다. 아무래도 정상에만 짙게 낀 모양이다. 칼트바트에서 눈을 밟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다. 걷다가 고드름이 있으면 따먹고 설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에 담았다.
칼트바트에서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하산할 수 있다. 올라올 때는 피츠나우에서 등산열차를 타지만 케이블카의 도착지는 베기스라는 마을이다. 베기스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루체른으로 이동하면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이 꽤 멋스러웠다. 리기산 정상의 풍경을 감상하지 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함께한 일행과 페리를 기다리며 빵과 우유를 사 먹었다. 동네에서 유일한 제과점인 것 같은데 아담하니 분위기도 좋고 주인아주머니의 인상도 좋았다.
알프스의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에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다시 찾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다음 여행에서는 산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리기산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의 : 투어익스프레스(www.tourexpress.com) 02-2022-6400
데일리안과 투어익스프레스, 호텔트리스(www.hoteltrees.com)의 제휴 글입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